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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진이발관
  • 박연상 <출향인, 서울 거주>  yes@yesm.kr
  • 승인 2018.12.13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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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읍의 예산초등학교 앞에서 시장까지 쭉 뻗어 내려간 길을 본정통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많이 쇠락했지만 옛날에는 이 본정통이 예산읍 상권의 중심지였고 그 길의 양쪽에는 각종의 가게들이 들어서 있었다.

갑진이발관은 이 본정통의 왼쪽 초입에 있었다. 옛날의 이발소들이 흔히 그러했듯이 벽면의 거울 앞에는 의자가 몇 개 놓여있었고, 한쪽 벽의 위쪽에는 조악한 그림이 그려진 액자가 걸려 있었다. 그리고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라는 푸시킨의 시가 적힌 시화액자도 다른 한편에 걸려 있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픔의 날을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언제나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늘 그리워지리니

남자어른들과 사내아이들은 종종 이 이발소에 가서 머리를 깎곤 했는데 나도 아버지를 따라서 몇 번 가본 적이 있었다. 손님이 와서 의자에 앉으면 이발사는 손님의 어깨에 가운을 두르고 머리에 물을 뿌린 뒤에 가위와 빗을 이용해서 머리를 깎았다. 전체적으로 깎고 나서 옆머리와 뒷머리는 바리깡으로 잘 다듬었다. 이발이 끝나면 이발사는 손님의 입 주위와 아래턱에 하얀 거품이 있는 면도용 크림을 바르고 면도를 해주었다. 면도 후에는 머리를 감기고 말린 후 포마드를 듬뿍 발라 모양 좋게 빗어 넘겼다. 남자아이들은 대개 그냥 바리깡으로 밀어서 2부 정도로 짧게 깎았지만 때로는 앞머리를 약간 길게 하는 상고머리로 깎기도 했다. 내 머리는 늘 엄마가 집에서 가위로 단발머리로 깎아주었지만 딱 한번 이 갑진이발관에 가서 숏커트로 깎은 적이 있었다. 아마도 초등학교 3학년 때쯤이었던 것 같은데 그때 찍은 사진을 보면 왜 그리도 촌스럽고 머슴애 같은지......

한번은 내 남동생들이 이발소에 가서 머리를 깎고 나서 두피에 부스럼이 생기는 피부병을 옮아왔는데 도장자국처럼 둥글게 부스럼이 생겨서 이 병을 도장병이라고 했다. 그 당시만 해도 별다른 피부병약이 없었기 때문에 아버지는 석탄산과 크레졸 액을 구해다가 동생들의 머리에 발라주었는데 동생들은 따가워 죽는다고 울고불고 했다. 이 약들은 매우 독한 소독약으로 피부를 태우다시피 해서 세균을 죽이는 것이었다. 어쨌거나 그걸 바른 뒤에 동생들의 머리에는 딱지가 생겼고 나중에 그 딱지가 떨어지면서 피부병이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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