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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밖 세상도 배움이다- 제주도 여행을 다녀와서
  • 박서연 <예산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학교밖 청소년 >  yes@yesm.kr
  • 승인 2018.10.08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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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과 같은
날씨 속 만난
땅 위에 솔솔 뿌려진 듯
고개를 내민 메밀 새싹에
느낀 감정처럼

여행 중에는
기대하지 않았던 때와 장소에서도
소중한 경험을 한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

나는 일상에서도
무언가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4살 때 이후로 제주도에 가본 적이 없었다. 아마 가족여행으로 갔었던 것 같다. 내가 기억하는 장면이 2개 정도 있다. 노랗게 물든 유채꽃밭에서 사진을 찍는데 눈이 너무 부셔서 눈을 찡그린 채로 찍었던 기억과 내가 조그마한 당나귀를 타고 있었던 기억 이렇게 두 가지다. 그 밖의 기억은 하나도 없어서, 제주도가 어땠는지 나는 잘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꿈드림을 통해 14년 만에 제주도를 간다고 해서 굉장히 기대가 됐었다. 어떤 이미지일지, 같은 한국이어도 어떻게 다를지 등 정말 궁금했다.

제주도에 딱 도착했을 때, 야자수 여러 그루가 보였다. 나는 대만같이 더 남쪽에 가야만 야자수가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우리나라에는 야자수가 당연히 없다고 생각했던 나에겐 더 충격이었다. 이래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행동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새삼 느꼈다.

날씨가 굉장히 인상 깊었다. 회색 필터를 낀 느낌이지만 먼지와는 거리가 먼, 오히려 깨끗한 느낌이 드는 회색빛이었다. 습한 정도도 기분 나쁘지 않았다. 공기에 바다냄새도 은은하게 섞여 있었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폭풍의 언덕과도 같은 날씨 속에서 메밀밭으로 향했다. 차에서 내렸을 때 비교적 저지대에 있는 메밀밭이 잘 보이지 않아서 메밀밭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꼭 신기루 같았다. 그런 신비로운 분위기 속에서 나도 메밀밭으로 향했다.

메밀밭에는 메밀 새싹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케이크 위에 올려진 슈가 파우더처럼 메밀 새싹도 솔솔 뿌려져 있는 느낌이었다. 메밀이 모두 자라 있었다면 그것대로의 멋이 있었겠지만, 나는 오히려 이 새싹들이 더 멋있었다.

그 때 갑자기 중국어 중에 嫩[어릴 눈, nen]이라는 글자가 생각났다. 부드럽고 말랑말랑하고 여리다는 형용사인데, 음식이나 색을 표현할 때도 사용되는 글자다. 이 새싹들이 딱 그 느낌이었다.

메밀밭의 흙도 나는 마음에 들었다. 고동색과 갈색의 중간색에 습기도 적당히 있고, 촉촉하고 깨끗한, 청정의 느낌이었다. 공기도 깨끗한 가습기가 뿜어내는 수증기를 마시는 느낌이었다. 정말 한동안 멍하니 그저 앉아서 그 공간을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패키지라는 한계 속에 그만 나는 나와야했다.

다시 차로 돌아오는 길에, 어떤 한 가족 일행이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창문을 열고 나에게 메밀이 피었냐고 물어보았다. 그래서 나는 아직 새싹밖에 나오지 못했다고 하자 그 일행은 바로 길을 돌렸다. 나는 그들이 내가 방금 메밀밭에서 느낀 느낌들을 코앞에서 놓치다니 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역시 여행을 할 때는 도전해야 한다. 바로 앞까지 와서 길을 돌리기 보다는 우선 눈으로 직접 보고난 후에 결정해야 한다. 여행을 할 때는 언제 어디서 무엇 때문에 어떤 감정을 느끼고 경험할지 모른다. 그 경험이 어떻든 간에 그 경험은 소중한 것이다.

그러므로 항상 도전해야한다. 이건 내가 매번 여행할 때마다 느끼는 점이다. 이렇게 여행을 하면서 일상에서도 무언가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많이 얻는다. 그래서 여행을 할 수 있을 때 최대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둘째 날에는 비가 많이 와서 거의 모든 일정들이 취소되어 실내공연으로 서커스 공연과 아쿠아리움 관람을 하였다. 아쿠아리움에서 수족관 터널 안에 커다란 상어, 가오리 등 을 보면서 마치 영화관 스크린을 보는 듯 하였다. 예전에는 예상치 못한 일이 좀 짜증나고 괜히 귀찮았는데, 요즘에는 이런 일들을 즐기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이게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그 이후에도 여러 곳들을 방문했지만, 왠지 한 곳에 좀 더 오래 머물러보고 싶다는 아쉬움이 좀 남았다. 그래서 다음에는 자유여행으로, 일정을 빡빡하지 않게 해서 다시 오고 싶다.

학교를 자퇴한 후에, 예산군청소년 상담복지센터 꿈드림에 들어와서 많은 것들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았다. 덕분에 경험도 늘고 있고, 많이 배우고 있다. 진로 박람회를 가기도 하고, 바리스타 자격증도 따고, 캘리그라피를 배우는 등 여러 프로그램들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프로그램들도 좋지만, 특히 여행은 학교나 다른 곳에서 배울 수 없는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공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기회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에는 제주도로 국내여행을 갔지만 다음에는 다른 나라를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오길 소망해 본다. 나를 포함한 학교 밖 청소년들이 더 넓은 세상에서 더 큰 꿈을 꿀 수 있는 기회를 꿈드림에서 주었으면 한다. 이를 위해 나는 더 열심히 공부하며 준비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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