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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년 역사가 부끄럽지 않은가?- 예당저수지 수문공사를 보며
  • 박언서 <예산읍 예산리>  yes@yesm.kr
  • 승인 2018.10.01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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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감이 있지만 안타까운 마음을 이렇게라도 표현해 보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반만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다양하게 보존하고 있다. 하지만 1960년대부터 국가발전을 위한 개발이라는 논리를 앞세운 토건사업으로 우리의 오랜 전통과 역사적 상징성을 갖고 있는 유형의 문화적 자산들을 오로지 편리성을 추구한다는 명분으로 무참히 때려 부수고 더 높이 더 많은 시설물과 건물들을 짓기에 열중해 왔다.

이러한 일들은 토건족들의 과대망상에 사로잡혀 현재까지 이어져 2008년 12월 낙동강지구를 시작으로 홍수예방이라는 거창한 명분을 내세워 기존의 맑고 아름다운 하천을 시궁창으로 만들고 말았다.


4대강 사업을 반면교사로

이 4대강 사업은 많은 국민들의 반대와 공분을 잠재우고자 정치적 시류를 따라 개인의 영달에 눈이 먼 학자와 전문가들을 동원해 온갖 홍보와 당위성을 내세워, 도도히 흐르는 강에 둑을 쌓아 보를 만들어 결국 물이 썩고 생태계가 파괴되는 등 엄청난 재정적 손실과 되돌릴 수 없는 환경 파괴로 전국의 강과 하천을 흉물로 만들어 놓고 말았다.

세월이 지나 이런 결과를 직접 확인하고도 4대강 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한 사람들과 당위성을 열창하며 토건사업에 힘을 실어주었던 대학교수나 전문가 그 누구도 잘못에 대한 반성이나 미안함도 없다. 우리가 이런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물론 60년대의 모든 토건사업이 잘못되었고 이렇게 추진된 것은 아니지만, 60년대식 대한민국의 개발 논리는 단기간에 많은 실적을 바라는 잘못된 생각에서 비롯하여 ‘오래되고 불편한 건물은 때려 부수고 새로 지어야 한다’라는 명분을 내세워가며, 무차별적 개발에 따른 일부의 부작용은 당연하게 감수해야 한다는 학문적 논리만을 강조하며 보존의 가치는 일방적으로 무시되고 말았다.

이런 결과는 역사적 가치와 보존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여 우리 스스로 대한민국 반만년 역사로 기록되어야 할 시설물들을 땅에 묻고 사라지도록 방치한 우매함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 것이다.

하지만 서구 유럽의 국가들은 어떠한가?

우리 보다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으면서 역사적 가치를 귀하게 여겨 현대와 조화를 이루는 개발로 지난 과거에 대한 역사적 전통이 이어질 수 있도록 보존하여 선조들의 과거에 대한 기록으로 남아 오늘날까지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넓은 안목을 지녔음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도 그러한 전통과 옛 것에 대한 소중함을 생각하지 못하여 역사적 가치가 있는 시설물이 머지않아 철거가 될 예정으로 알고 있다.

최근 예당저수지에 신 수문이 완공에 가까워지자 구 수문 앞에 흙으로 보를 쌓는 공사가 한창이다. 아마 구 수문을 철거하려는 것 같은데 예당저수지의 오랜 역사와 상징성이 있는 수문을 개발이라는 논리로 하루아침에 사라질 모습을 생각하니 아쉽고 서운한 마음을 이렇게라도 표현하고 싶었다.


옛 수문 꼭 철거해야하나

예당저수지는 1929년 조선농지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착공되었으나 8·15 해방 후 공사가 중단되었다가 예당수리조합 주관하에 재착공되어 1964년에 완공되었다. 남북의 길이가 약 10㎞, 동서길이 약 70㎞, 저수량은 4607만톤(준공 당시)으로 단일저수지로는 국내에서 가장 큰 저수지로서 예산군의 대표성을 가질 만큼의 가치가 있는 시설물 중 하나이다.

그런데 수문의 노후로 인한 안전진단 결과 새로운 수문을 만들고 이후 철거가 계획되어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늦은 감이 있지만, 예당저수지의 나이와 엇비슷하게 살아온 사람으로서 초등학교 시설 소풍을 가면 다리를 건너던 추억과 장마철에는 수문 다리에 환하게 불을 켠 풍경 그리고 수문에서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 떨어지는 물은 마치 웅장하고 거대한 폭포를 상상하게 하는 수문이었고, 또한 예당저수지 담수와 함께 태어난 어린 아이가 벌써 반백년 세월을 넘게 살아가며 겹겹이 쌓인 먼지를 털어가며 꺼낼 수 있는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을 간직한 수문이기도 하다.

수문을 여는 날이면 어떻게 알고 왔는지 어른들은 그 때를 놓치지 않고 수문 아래에서 고기를 잡던 지난날의 추억은 아마 예산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정겹고 그리운 추억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이제 그토록 아름답고 정겨운 추억을 눈으로는 볼 수 없고 회상만 해야 하는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그렇게 세월은 말없이 덧없이 생각도 없이 가는가 보다.

엊그제도 오늘도 지나가는 길에 차를 세우고 멀리 바라보이는 수문을 보며 왼쪽으로 새로 건설되는 출렁다리와 중간에 신 수문 그리고 오른쪽에 구 수문이 어우러진 풍경이 정말 아름답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한 소중한 자원을 굳이 왜 철거를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꼭 철거를 해야만 하는지 당위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지만 예당저수지의 홍수와 가뭄을 겪으며 역사를 함께 살아 온 사람으로서 서운함을 넘어 헤어짐의 아픔이라 말하고 싶은 심정이다.

예당저수지 가까이에서 반백년을 살아오며 예당의 사계를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며 희로애락의 정을 간직한 세대로서 이렇게나마 서운한 마음이라도 달래보고 싶었다.

혹시 예당저수지에 대한 추억이 있으신 분이나 추억을 간직하고 싶으신 분들은 고풍스럽게 아름다운 스물여섯 칸의 수문이 사라지기 전에 꼭 한번 둘러보시기 바란다. 대한민국은 반만년 역사를 자랑하고 있지만 보존의 가치를 깨닫지 못한 그 우매함이, 21세기 오늘날 우리 예산까지 이어지는 현실을 보는 내 마음이 그저 착잡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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