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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착오 책으로 내는 심리학자”14. 작가 이남석
  • 장선애 기자  jsa7@yesm.kr
  • 승인 2017.11.13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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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사람은 현재 예산군에 거주하는 군민 뿐만 아니라, 지금은 예산에서 살지 않지만, 예산이 고향인 모든 이들입니다. 지자체마다 ‘지역알리기’를 화두로 삼고 있는 이때 출향인들, 또 그들 자손과의 정서적 연대는 지역의 미래에 큰 자산이고, 또 지역민들이 자부심을 갖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무한정보>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산밖 예산사람’을 만나고 있습니다.

 

‘참신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 심리학자,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엮는 하이브리드형 작가’

작가 이남석(47, 심리변화행동연구소장)에 대한 일반적인 소개 글이다. 무려 30권이 넘는 책을 낸, 그것도 2008년 이후로는 1년에 3권씩 써낼 정도로 왕성한 필력을 보이고 있는 그는 인기강사이기도 하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전업작가가 되기 전까지 30여년, 롤러코스터 같았던 자신의 삶을 책과 강연으로 모두 쏟아내고 있다. 번역돼 수출된 책, 문광부 선정 최우수교양도서, 우수콘텐츠 작품도 있다. 예산지역 공공도서관에도 10권 이상씩 비치돼 있다.

그는 예산읍에서 태어나고 자라 예산초, 예산중, 예산고를 졸업한 뒤, 성균관대학교 학부와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인지과학과 협동과정을 거쳐 WCU인터랙션 사이언스학과(융합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통섭의 중요성이 강조되기 전부터 융합학문에 눈을 뜬 그는 이른바 최고 엘리트들이 들어간다는 직장을 두루 거쳤다. 그동안 거친 직업만 11개. 하지만 그가 선택한 ‘해피엔딩’은 고액연봉이나 허울좋은 지위가 아닌, 자유롭게 글쓰는 일이다.

“해피엔딩이라고 자신하는 건, 내가 달라졌기 때문이예요. 살면서 힘들 일이 왜 없겠어요? 하지만 예전엔 불안했는데, 지금은 이게 내거니까 해요”

그는 의례적인 인사나 분위기 탐색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어떤 질문에도 머뭇거리거나 재는 법 없이 속내를 다 보여줬다.

“내가 시행착오를 겪으며 움직인 이야기를 절실한 사람과 나누고 싶은 게 꿈이니까요. 그 방법이 글 쓰면 작가, 강연하면 강사, 여기서 커피로 툭툭 말 던지는 거 좋아하는 사람 있으면 그렇게 하고”

6일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대학원에서 미술치료를 전공한 부인 정수연씨와 함께 운영하는 심리카페 <문화로스팅>에서의 2시간을 요약한다.


 

심리카페라는 공간이 특이하다.

(벽면 가득 걸린 캔버스, 바닥과 창에 그린 그림들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하며) 내 아내와 아이들이 그린 그림이다. 모두 이유와 이야기가 있는데, 보는 사람 마음에 따라 다 다를 수 있다. 특히 유리창 그림들은 어수선한 바깥 풍경을 바꿀 수 없어서 그린 것들이다. 우리 인생도 세상을 다 바꿀 수 없으니 내가 세상과 만나는 접점만 바꿔주는 것처럼 말이다. 강연이나 책을 통해서 많은 이야기를 하며 사는 내가, 여기서는 배경으로 될 수밖에 없다. 때로는 배경이 돼야 겸손함이 생긴다. 마치 음주운전을 하지 않으려면 아예 차를 두고 나가야 하는 것처럼 배경이 되도록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학창시절이 남달랐다고 들었다.

여섯 살때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덩치도 작고, 학습 준비가 안돼 있으니 덜떨어진 아이 취급을 받았다. 아무도 안 놀아주고, 특수반에 배정되고 나서는 특수반에서도 일반반에서도 다 이상한 애가 돼버린 거다. 그런데 괴롭히는 애들 피해다니느라 뛰다보니 성장판이 발달해 중2때 지금 내 키까지 커버렸다. 그때부터 복수를 시작했다. 내가 제일 크니까 더 이상 맞을 이유가 없는 거다. 그런데 그게 두달 정도 만에 끝나버렸다. 나는 거기서 성장이 멈췄고, 다른 아이들은 제대로 체격이 커버리니 내가 더 이상 폭력을 쓰지 못한 거다. 폭력의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그 뒤로는 방관자로 지냈다. 성적은 고등학교도 겨우 입학할 정도로 안좋았는데, 1학년 때 우연한 기회에 전교 1등인 친구를 이겨먹겠다고 공부를 시작했다.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도 안가고 방광염까지 걸려가며 공부했는데 정말 1등을 해 버린거다. 그뒤로도 공부는 곧잘 했지만, 여전히 잘난척하고 그랬다. 그때 친구들은 나를 재수없는 애로 생각한다.


 

심리학을 선택한 이유는?

입시 첫해에 서울대 떨어지고,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했다. 한 학기 마치고, 다시 시험을 봐서 서울대를 지원했는데 또 낙방한 거다. 그래서 선택한 게 심리학이다. 왜 나는 매번 마음의 문제로 좌절하나 하는 생각에서였다. 심리학 공부를 하면서 내가 테스트엔자이어티(시험불안증)라는 걸 알게 됐다. 심리학을 하면서 내 문제를 보고 삶을 바꾸려 노력했지만, 그 뒤로도 너무 방황을 많이 했다.


작가로 자리잡기까지의 시간을 말하는 건가?

석사학위를 마치고 난 뒤, 마침 벤처바람이 불었다. IMF때 힘들게 공부했는데 보상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연봉 따라 8개월 만에 그만두고 다른데 가기도 하고, 헛바람이 들었던 시기다. 그런데 연봉이 많아도 행복하지가 않더라. 상류층 사람들을 보면 선망보다 두려움이 생겼다. 분명 성공한 사람들인데 표정은 우울하고, 일상은 외롭고,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이상한 문화를 즐기고. 이 길로 가면 안 되겠다 싶더라. 서른넷에 첫 책을 쓰고 작가가 되겠다고 했지만, 삼성경제연구소,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WIST 정보운영실장으로 잘나가는 길로 또 갔다. 그러다 우울증까지 생기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 49제 지내고 나서 인생을 복기하면서 내가 행복한 일, 글쓰기에 안착했다. 내 책 중에 <마흔, 괴테처럼>(2015년 문화관광체육부 우수콘텐츠 제작 작품)이 있는데, 나도 마흔살 넘어서 편해졌다. 괴테 같은 천재도 방황했는데 내가 방황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는 걸 깨달은 거다.
 

그런 시간들이 지금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있지 않나? 특히 청소년 대상 책과 강연이 많은데.

나는 얘기한 것을 실행하고, 시행착오를 겪고, 그것을 글로 쓰고, 다시 실행한다. 더 이상 실수할 경우의 수가 안남을 때까지 시행착오를 거듭한 거다. 평생 내 안에 갖고 있는 문제를 풀어가며 살고, 그것을 다시 나누고 있다. 청소년들에게는 내가 진로설계를 잘 못하고 시행착오를 수없이 거듭했으니까 해 줄 수 있는 얘기가 많다. 그래서 내 책은 공부 잘하는 아이들보다 힘든 상황에 있는 아이들이 더 재미있어 한다. 당장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데 미래를 위해 참으라는 게 와닿겠나? 주먹 잘 쓰는 애들 학교에서 왜 누워있냐면, 어젯밤에 어디 다녀와서가 아니라 우울해서다. 어디가도 존재감이 없는데 그나마 누군가를 때릴 때는 마음이 편해지니까. 그걸 모르는 어른들이 설계해주는 미래가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작년에 예산여고 강연을 봤는데 방식이 독특하더라

나는 1인칭으로 체험시킨다. 어떤 문제든 3인칭으로 생각하면 해결하지 못한다. 나도 학교 때 선생님들이 너무 좋은 말씀을 해주셨지만 안 변했다. 그래서 의욕이 없는 아이들은 듣지 말라고 한다. 때문에 내 강연은 호불호가 분명하다. 내 인생과 바꾼 교훈은 욕을 먹더라도 전달하니까. 내 좋은 인상보다 그 사람의 인생이 더 소중하니까. 지금 잘 지내자고 나중에 잊혀지기 보다 그 사람이 성장한 뒤 만날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


신산한 성장기를 보냈는데, 고향에 대한 마음은 어떤가?

당연히 좋다. 나를 키웠으니까. 그런데 그만큼 엄하기도 하다. 예산중학교 강연도 요청이 들어오고 3년 만에 갔다. 처음에 전교생 대상이라고 해서 거절했다. 내 강연 원칙은 청중의 50% 이상이 내 책을 읽어야 하는 거다. 아이들이 나를 선택하지 않았는데 강연을 듣는 게 무슨 보탬이 되겠나? 나를 실험하기 위해서 1년에 10건 정도 예외를 두긴 하지만, 예산에서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모교인 예산고도 아직 안가고 있다. 스스로 노력하지 않는데 누군가 그냥 해주면 오히려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


지금까지 쓴 책의 권수도 많지만, 심리학에서부터 철학, 인문학, 시사 할 것 없이 다양하다. 장르도 이론서, 소설, 만화도 있고. 어떻게 가능한가?

내 책은 다 내가 실수한 것들이다. 예를 들면 내가 8년 연애하고 대학 4학년 때 결혼을 했다. 그러니 그걸 다 옆에서 지켜본 아내는 얼마나 힘들었겠나. ‘내가 널 행복하게 해줄게’같은 말들이 과연 맞나? 생각하다가 사랑과 성에 대해 쓴 책이 <사랑을 물어봐도 되나요?>다. 또 누구나 고민하는 자아정체성에 대한 것도 나는 너무 진지하게 하다보니 힘들었다. 그래서 <자아놀이공원>이라는 책을 썼다. 10대들에게 좀 더 쉽게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서 ‘지식소설’이라는 형태도 만들고….


많은 책들 중에 고향에 소개하고 싶은 책은?

예산을 배경으로 한 <우리 친구 맞아?>다. 서울에서 살다가 예산으로 전학하게 된 중학생 이야기인데, 지명이나 예산역 풍경 같은 걸 그대로 그렸다.


앞으로도 변화가 있을 수 있는 40대다, 계획이 있다면?

‘작가’라는 직업으로 벌써 10년째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쓰며 살게 되지 않을까? 하나 바뀐다면 문화기획가 정도? 여기에서 축제를 기획하는 ‘나와유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나도 조합원으로 기획에 참여하고 있다. 전시행정이나 1회성으로 나눠먹고 하는 게 아니라, 주민이 스스로 함께 나눌 수 있는 주민자생적 축제다. 또 이 공간에서 문화를 볶아서 커피를 기반으로 새로운 직업을 만들고 싶다. <우리교육> 잡지에 연재한 내용인데 그런 생각을 한다. 우리나라 사람이 아메리칸이 아닌데 왜 아메리카노를 마시지? 여기가 다산 정약용 생가와 가깝다. 다산이 아마 커피를 접했다면 다르게 마셨을 거다. 그래서 우리식으로 커피를 만들어 퍼뜨릴 생각이다. 고독차란 이름으로.

이남석은

- 한국인지과학회 간사, 한림대·서강대 심리학 강사, 성균관대 의대 대학원 강사,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인지과학연구소 초빙 연구원, 교육과학기술부 WIST정보운영실장 등을 거쳐 현재 심리변화행동연구소 소장을 지내고 있다.

- 저서 <마흔, 괴테처럼>, <선택하는 힘>, <뭘 해도 괜찮아>, <우리 친구 맞아?>, <주먹을 꼭 써야 할까?>, <어쩌다 영웅>, <뉴스로 보는 사이다 심리학>, <아빠, 게임할 땐 왜 시간이 빨리 가?>, <기분 나빴다면 미안해!?>, <앨리스 지식을 탐하다>, <마르크스씨, 어떻게 행복해 질 수 있죠?>, <스님과 함께 듣는 심리학> 등.

- 편역서 <마인드 핵스>, <나는 왜 나를 사랑하는가> 등

 

취재지원 : 2017년 충청남도 지역언론지원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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