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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륜당 글 읽는 소리 따라가니…대흥향교 유림 뜻모아 어린이 여름학교 개강
  • 이재형 기자  yes@yesm.kr
  • 승인 2017.08.0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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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흥향교 명륜당에서 인근지역 초등학생들이 한자공부를 하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쓰르라미가 울고 여름한낮 더위는 기승을 부리는데, 봉수산 아래 조용한 마을에서 학동들의 책읽는 소리가 들린다. 대흥향교 명륜당(明倫堂)에서 바람에 실려오는 소리다.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너무 오랜만이어서인지 느티나무에 앉은 매미들도 잠깐씩 울음을 멈춘다.

대흥 교촌리 향교말로 들어서면 600년 풍상을 이고선 은행나무가 있고, 같은 세월 유림정신을 꼿꼿하게 떠받치고 있는 대흥향교가 올려다 보인다. 그 옛날 학문을 가르치고 배우던 강당인 명륜당에서 글읽는 소리가 다시 들린 것이 몇 년만일까.

이동기 전교와 윤종구 총무장의(掌議)를 비롯한 유림들이 어린이 여름학교를 열었다. 인근지역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한자예절교실과 인성교육 프로그램이다.

유림들은 효과적이고 흥미로운 교육진행을 위해 지난 6월 29일과 7월 4일 광시 웅산초등학교의 협조를 받아 공개수업을 참관할 정도로 열정을 보였다. 그렇게 대흥향교 여름학교는 7월 26일 문을 열었고, 8월 24일까지 일주일에 4시간씩 교육을 한다.

훈장은 유림 중 한학에 밝은 김갑섭(전직 공무원), 이재인 인장박물관장, 박계신 전 초등교사가 돌아가며 맡았고 학동들은 대흥초, 웅산초, 신양초에서 18명이 신청을 했다.

지난 2일 명륜당에서 열명남짓되는 학동들이 한자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인자한 풍모의 김갑섭 훈장님은 학동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려 파워포인트를 동원했다.

훈장님으로부터 기초 한자의 뜻풀이를 듣고 소리내서 읽고 공책에 연필로 꼭꼭 눌러 써보는 어린 학동들의 이마에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힌다. 1시간 수업이 끝나고 휴식시간이 됐다.

 

대흥향교에 무슨 일이? 600여년 유교문화를 품고 있는 유서깊은 대흥향교, 적막하기만 했던 그 곳에서 글 읽는 소리가 바람에 실려온다. 왠일일까. 그 옛날 유림들을 가르쳤던 명륜당(明倫堂)에서 학동들이 한자를 배우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유림들이 향교에 숨결을 불어넣고자 방학을 이용해 준비한 서당풍경이다.


향교수업이 어떠냐는 물음에 “좋아요”라고 입을 모으는 아이들. 개중에는 “재미없어요”하고는 얼굴을 가리는 학동도 있다.

이소영(5학년) 학동은 “유치원에 다닐 적에 한자를 배운 것 같은데 지금 다시 보니까 생각이 나요. 그래서 재밌어요”하고는 ‘까르르르’ 웃는다.

학동들은 서까래가 드러난 명륜당 천장을 한참 올려다 보기도 하고 마루바닥도 굴러보며, 생소한 교실분위기에 신기한 표정들이다.

훈장님은 “생무지들 데리고 할려니 쉽지는 않지만 보람있다”며 사람좋은 웃음을 짓는다.

대흥 인근초등학교 학생 18명 정도가 수업신청을 했는데 본격 휴가철로 접어들어 요며칠은 참여도가 낮았단다.

유림의 총무장의 윤종구씨는 “예산군에서 가장 역사가 깊고 큰 향교인데 한 달에 두 번 봉심(보살핌)만 하다보니 폐허가 돼 늘 안타까웠다. 그래서 이번에 우리 유림들이 교육기관이었던 향교의 본래 기능을 살리고자 여름방학동안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서당을 열어보기로 뜻을 모았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예절과 인성교육을 하는 것이 지역사회에서 작게나마 유림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교실 마루에 앉아 명륜당을 건너다 보며 학동들의 배우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이동기 전교는 “한자라도 머릿속으로 들어가면 느들 이믄 되는 기여”라고 혼잣말을 하고는 기자에게 “공부 끝나면 점심 때인데 간식만 주고 밥을 못먹여 보내는 게 영 맘이 안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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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흥향교#여름학교#인성교육#명륜당#유림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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