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답답할 때,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지만 너무 멀리 갈 수 없을 때, 가끔씩 내가 사는 동네 한바퀴를 걸어본다면 어떨까요?가벼운 걷기는 스트레스 지수도 낮춰준다고 합니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를 가볍게 걸으며 보고, 느끼고, 즐길 수 있는 길을 추천하고자 합니다.예산이 간직하고 있는 풍경과 그 속의 숨은 이야기를 따라 걷기 여행을 시작해 봅니다.장항선에 위치한 ‘예산역’ 앞으로는 대형상점의 등장으로 많은 재래시장이 사라져가는 상황에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역전시장(오일장)’이 3일, 8일 열립니다. 평소에는 한적하지만,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계절. 문득 해질녘 걷는 마을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해져 산성2리를 다시 찾아가 봅니다. 뉘엿뉘엿 해가 넘어갈 무렵 산성2리에서 바라보는 예산의 모습은 금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습니다.언덕 위 골목골목을 누비다 숨을 고르기 위해 잠시 멈춰선 곳에는 커다란 은행나무와 집주인이 만들어 놓은 평상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어릴 적 집 앞에 느티나무가 있었고, 그 옆으로 동네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하던 평상이 있었습니다.시골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평상, 그리고 여름밤 저녁 먹고 하나 둘 모여 이야기 꽃 피우던 그 때를 잠
길었지만 짧게만 느껴졌던 연휴의 끝자락, 어김없이 세월의 흔적과 삶의 이야기로 가득한 도시를 여행하기 위해 현관문을 나섭니다. 얼마 전, 누군가 산성리를 ‘암하리’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은 그 뜻과 마을의 가치를 찾아 발걸음을 옮겨봅니다.무한천으로 유입되는 산성천을 따라 걷다보면, 산성리 성당이 보입니다. 그 옆으로는 산성2리 마을회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마을의 모든 정보와 삶을 공유하는 이 곳에 잠시 들어가 봅니다. 나른한 주말 오후, 이 곳은 한창 이야기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낯선 이의 방문에도 불구하
향천리, 이곳은 덕봉산을 뒤로하고 예산천을 마주한 마을로 향교가 있다하여 ‘향천동’이라고도 불리던 곳입니다. 향천리를 걷다보면, 200년이라는 세월을 저 혼자 견뎌온 느티나무의 늠름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옆, 나무와 오랜 세월을 함께한 한 여인이 있습니다. 20살, 꽃다운 나이에 익산에서 시집온 김순옥 할머니. 처음 본 나를 마치 손녀딸처럼 살갑게 대해주시니, 마음 한켠이 따뜻해집니다. 먼저 떠나신 할아버지와 처음 만난 이야기를 하시며 수줍어하시는 모습이 아직도 20살 처녀 같습니다.“나는 8남매 낳아서 생선 장사하
항상 차로만 지나치던 거리를 오늘은 봄기운에 흠뻑 취해 걸어봅니다.예산군청을 뒤로한 채 걷다보면 ‘사직동’이라고 불리는 마을이 있습니다. 토지의 신과 곡물의 신에게 제사 올리기 위해 단을 쌓고 봉사하기 위한 ‘사직단’이 있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 동네가 옛날에는 사직골이라고 불렸지.” “사직골이요?” “옛날에는 고을이라고 썼었잖아요. 그게 줄어서 사직골이 된 거죠” “감사합니다. 그런데 두 분 모자지간이세요?” “네”사이좋은 모자지간은 그렇게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나의 질문에 친절하게도 대답해 주십니다. 봄을 맞이하는
오늘도 어김없이 내가 살고 있는 이 지역의 이야기를 읽어내기 위해 항상 지나치기만 하고 머물러 본적 없는 이 거리를 걸어 들어가 봅니다.과거의 주요 상권이었던 ‘예산리’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거리이자 장소입니다. 어느 도시나 그렇듯이 이곳도 마찬가지로 길과 도로, 그리고 양편에는 건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이곳은 각기 다른 시간대에 각기 다른 의미로 생성된 건축물들이 서로 공존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과거의 시간을 현재의 시간에 끊임없이 중첩시키는 도시의 속성이자 매력입니다. 근대시대 중심 상업지역이라 불리던 ‘예산 본정통사
예산리 신흥동은 새로 생긴 마을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봄이 오는 길목, 봄 햇살 내려앉은 이 골목에도 푸르름이 찾아왔습니다. 완연한 봄이 오면 화분을 내어놓아 짙푸른 골목이 만들어 질 것입니다. 삶의 지혜가 만들어 낸 살뜰한 풍경이 곳곳에 스며 있습니다.집과 집으로 이동하는 골목길 사이로 보이는 푸른 하늘은 아파트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을 지녔습니다. 자연을 담은 골목의 풍경은 매일 변하고,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회색벽돌의 담장이 다른 모습으로 변화될 때 다시 한 번 찾아오자는 마음을 지닌 채 골목을 빠져 나옵니
어느덧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봄의 문턱에 들어선 예산리를 걸어봅니다. 따듯해진 날씨에 거리의 사람들은 한층 얇은 옷을 두르고 찾아오는 봄을 맞이합니다. 오래된 방앗간과 낮은 건물이 들어선 이 거리는 정겹고 평화롭습니다. 이곳에서는 어떤 이야기들로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을까요? 한적한 거리를 지나 골목사이로 나오니 예산천과 맞닿은 작은 마을과 마주하게 됩니다. 가끔씩 산책 겸 지나다니는 이곳은 한번쯤 가까이 들여다보고 싶은 마을 중 한 곳이었기에 오늘은 용기 내어 조금 더 가까이에서 기웃거려 봅니다.“안녕하세요. 날씨가 많이 따뜻해
부쩍 추워진 날씨를 뒤로한 채 무거운 몸을 이끌고 오늘도 어김없이 거리로 나섭니다. 즐거운 설 명절의 끝, 눈 내린 거리의 풍경은 평소보다 더 고요합니다.색색이 물들어 있던 도시가 하얀 눈으로 한껏 치장을 하고, 사박사박 눈 밟는 소리는 추운겨울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해줍니다. 짧은 교량을 건너 바라본 주교리 모습은 재미있습니다. 고층 아파트와 빌딩 숲에 둘러싸인 답답한 대도시와는 다르게 하천변을 따라 형성된 주거지는 세월의 흔적이 담겨 각각의 개성이 뚜렷하면서도 동시에 조화롭게 어우러집니다. 골목길 안, 누군가의 부지런한
미로같이 꺾이고 꺾인 좁은 골목을 걷습니다. 골목을 나오니 상상하지 못했던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집니다. 빛바랜 철문과 만만치 않은 세월을 견뎌냈을 법한 담장, 그리고 골목 한 귀퉁이에 자란 탱자나무는 저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입니다.골목에서 마주한 문, 담장과 같은 물리적인 것들이 생활 속에서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며 각각 의미를 갖게 되고, 그것은 삶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주교리의 골목 안을 걷다보면 할머니들의 아지트도 있고, 그 옆으로는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만 같은 커다란 느티나무 한그루도 서있습니다.
2016년 12월 31일. 한해의 끝자락이자 새로운 시작점에서 나는 또 다른 시작과 끝을 알리는 ‘예산역’ 승강장에 서있습니다. 예산역은 장항선 기차가 지나가는 주요 역이자 예산의 첫 이미지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역’이란 여행을 떠올리기도 하는 곳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을 기점으로 예산 이곳저곳의 풍경과 이야기를 기록하며 ‘뚜벅이 여행’을 할 계획입니다.기억과 삶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도시를 걸으며, 그동안 나도 모르게 지나쳤을 일상의 풍경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려 합니다. 시간은 덧없이 빠르게 지나가고, 그 속에서 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