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反正)으로 쫓겨난 이복형 연산군의 뒤를 이은 중종은 엉겁결에 준비 없이 왕의 자리에 올랐다. 즉위 초 반정 세력에게 휘둘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국왕으로서의 권한을 찾으려 했다. 중종은 폐정을 바로 잡고 사림을 다시 등용하여 유교 정치를 일으키려 하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정 세력을 견제할 새로운 세력을 키울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등용한 인물이 바로 조광조(趙光祖, 1482~1519)다. 조광조는 김굉필의 문하로 김종직으로부터 이어지는 사림파의 맥을 잇는 인물이었다.조광조의 등장으로 조정은 다시 한번 훈구파와 사림
거실 테이블 옆 등받이 의자에 널부러지듯 앉은 젊은 하인이 머리는 비스듬히 받힘 베개에 올려 놓고 반쯤 감긴 눈으로 멍하니 천정을 향한다. 아무런 예고없이 출타한 주인이 혹시라도 갑자기 돌아올지 몰라 청소도구만큼은 놓지 못하였지만, 왼팔은 자유롭게 축 늘어트렸다. 탁자 위 재떨이에 남아 있는 주인의 시가를 집어 깊게 빨아들인다. 잠시 숨을 멈춰 시가 맛을 꼼꼼히 음미한 다음 행여 그 맛을 놓칠까 최대한 집중하여 천천히 내뱉는다. 회색 아지랑이가 천장을 향해 하늘하늘 피어오르면서, 쉴 틈 없는 집안 청소로 바로 전까지 마치 돌처럼 딱
지난 2월 6일 제65회 그래미 어워즈 시상식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렸는데, 이날 베스트 컨트리 앨범상은 1933년생 윌리 넬슨의 앨범 이 차지했다. 윌리 넬슨은 올 해 그래미에서 최우수 컨트리 퍼모먼스 상도 수상해 베스트 앨범상과 함께 2관왕 수상자가 되었다. 1985년 USA for Africa에서 2절 첫 번째 파트에서 디온 워윅의 뒤를 이어 카랑카랑하지만 무심한 듯한 목소리로 노래부르던 윌리 넬슨은 양 갈래로 머리를 길게 땋아 내리고 반다나를 목에 두르고 낡은 기타를 연주하는, 누가 봐도
교육 얘기를 해보려니 과연 우리가 교육을 받아본 적이 있었던가? 하는 의문이 든다. 필자는 중학교 입시, 고등학교는 동계진학, 대학은 예비고사-본고사를 거친 세대이다. 초중고에서 정상적 교육과정을 거친 후 대학진학을 앞둔 학생이 어떤 전공에 적합한지를 결정하는 것이 입시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 입시제도는 적합도를 따져보는 것이 아니라 그냥 성적순 줄세우기를 의미한다. 그러니 우리가 초중고 과정에서 겪는 모든 입시준비는 내신위주니 정시니 하지만 결국 성적상승을 위한 것일 뿐 교육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렇게 해방 후 거의 80년 동안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를 할때, 나는 여러 가지 고민을 한다. 무엇을 준비할까? 지난주에 우리 딸은 소고기가 먹고 싶다고 했는데, 소고기로 할 수 있는 반찬은 무엇이 있을까? 통치(어린 민어)로 국을 만들어볼까? 생전 처음 만드는 국도 만들어보게 된다. 그리고 당연히 딸의 반응을 지켜본다(딸을 키우는 아빠들의 공통점 아닐까?). 반면에 나 혼자 하는 식사는 매우 조촐하다. 나는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한 후 남은 밥을 누룽지로 만들어 얼려 놓는다. 아침과 저녁 식사는 누룽지 두조각을 끓여서 국그릇에 담아서 후루룩 먹고 하루 일정을 시작하
현대에 와서 뭍과 섬이 다리로 연결되면서 외딴섬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된 곳이 많다. 이중 대표적인 섬이 남해인데, 남해대교로 연결되어 있다. 남해대교는 1968년 착공하여 1973년 준공된 우리 나라 최초의 현수교다. 경남 남해는 예전에는 절해고도(絶海孤島)의 유배지로 이름이 높았다. 많은 유배객들이 이곳을 드나들었다. 주검이 되어 묻히기도 하고 떠난 사람도 있다. 이곳에는 2010년 남해유배문학관이 건립되었다. 남해군과 남해유배문학관은 남해 노도로 유배 와 를 쓰고 눈을 감은 서포 김만중의 문학적 업적을
△2012년 5월 첫 번째 충남도민인권조례 제정 △2018년 5월 폐지 △2018년 9월 두 번째 충남도민인권조례 제정 △2020년 충남학생인권조례 제정 △2023년 3월 6일 -충남기독교총연합회의 한 목사가 청구인 대표로 ‘인권조례 폐지’ 주민 발의로 청구 △2023년 3월 13일 -도의회 ‘충남인권기본조례’와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 청구인 명부 공표 -서명부 열람•이의 신청과 명부 검증 절차를 거친 후, 의회 심사 결과에 따라 수리 여부 결정 △2023년 5월 5일 어린이날! 이럴 수도 -이전에 끝장내겠다! 공식화하고 가속도
봄은 눈으로 보는 계절이라는 말을 들어보았습니다. 묵고 갈변하여 옅어진 겨울의 색을 벗기에…. 그런데 봄은 또 하나의 계절을 담고 있습니다. 바로 맛으로 느끼는 봄맛! 나뭇가지마다 봄을 끌어올리는 물기운이 오르면 호미 한자루와 소쿠리 하나 들고 텃밭으로 나가기만 하면 봄을 캘 수 있는 요리사가 될 수 있습니다.언 땅 속에서도 얼지 않고 버틴 냉이는 누런 지난 잎사이로 새잎을 달고 있고, 낙엽들 틈에 숨어서 실낱같이 여린 몸을 보이는 알싸한 맛의 달래, 그리고 따스한 양지에 물기라도 있다면 달근하고 향긋한 돌미나리도 봄을 대표하는 맛
그림 『별빛 밝은 밤』의 색조는 황색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늘에 떠 있는 많은 별들도, 강 주변 집 들에서 나오는 불빛도, 강물에 비추어진 불빛도 황색이다. 다정히 팔짱 낀 남녀의 모자-얼굴-숄-양손도, 남녀가 서있는 바닥도 온통 황색이다. 화가 고흐는 『별빛 밝은 밤』 뿐만 아니라 『해바라기』를 비롯한 다른 여러 그림에서도 황색이 유난히 강렬하게 표현되었는데, 이는 색깔인지장애인 황시증(黃視症)이란 질병 때문이다.지난회 연재에서 ‘인간의 몸은 물질이며 반복자극에 반드시 손상된다’라고 하였는데, 다시 강조하지만 질병의 원인은 ‘환
3. 아제르바이잔 어르신과 비조지아와 아르메니아 사이에 실크로드의 나라 아제르바이잔이 있다. 이 나라의 서쪽 지역에 셰키라는 도시가 있는데, 수도 바쿠에서 버스를 타고 약 5시간 거리이다. 이 도시는 실크로드의 일부로 개성 상인이 머물다가 간 흔적이 역사를 자랑하는 숙소에 아직도 남아 있다. 아침에 식사 후 홍차를 즐기는 동네 사람들의 문화가 마치 아침 식사 후 남편의 출근, 아이들의 등교 후 동네 아주머니와 어머니가 믹스 커피 한잔을 만들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처럼 떠오른다. 나도 동네 사람들의 문화 속으로 뛰어들었다. 홍차 한잔
의 저자 제마 워덤은 30년 가까이 세계 곳곳의 빙하를 탐험하고 기록한 여성학자다. 오랜 세월을 빙하를 따라다닌 빙하덕후. 무언가를 사랑하게 되면 더 깊이 알고 싶고 저절로 그 세계에 빠져들게 되나 보다. 그러니까 그녀 세계의 대부분은 어느 순간 사랑에 빠져버린 빙하로 이루어졌을 것이다.전 세계적으로 산불, 홍수, 지진, 태풍 등등 더 많은 자연재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뉴스가 몇 년 전부터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더 잦은 빈도와 큰 규모로 말이다. 빙하가 녹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가장 먼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에 걸쳐 「추사 김정희, 그 낯섦과 들춤 사이」라는 제목으로 우리 지역에 잠들어 있는 추사에 대해 연재를 했다. 격주로 해서 총 109회로 마쳤다. 일을 벌여만 놓고 시원하게 아퀴짓지 못하는 품인데 짧지 않은 기간에 걸쳐 연재가 가능했던 것은 관심을 보내준 독자와 귀중한 지면을 할애해 준 신문사 때문이었다. 제 기간을 지켜 원고를 넘긴 적은 없지만 약속을 어겨 거른 적은 없었기에 차곡차곡 쌓여 한 글더미가 되었다. 추사는 단순히 예술가만이 아니다. 시인으로 문학가이자 학자이고 교육자로 인문학의
2022년 9월 13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는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마흐사 아미니’라는 20대 여성이 체포되었다가 혼수상태로 병원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후 마흐사 아미니의 고향에서 첫 시위가 시작되어 이란 전역으로 퍼져나갔는데, 이 시위는 단순히 히잡 착용 의무화를 반대하는 시위가 아니다. 이슬람교의 일부 여성들은 히잡을 쓰기 원하고 또 일부 여성은 그렇지 않다. 히잡을 쓸지 아닐지에 대한 선택을 여성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게 시위대의 주장이다. 이란은 UAE의 적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으로 중동의
고졸학생의 감소로 지역 대학에 입학정원 충원이 어렵더니 이제는 일부 수도권대학에도 미달사태가 벌어지고있다. 예전에는 대학으로 장사를 하던 시대도 있었다는 것이 참으로 격세지감이지만 인구감소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미 수십년전부터 지역에는 급속히 인구가 줄어들었다. 그런데, 세계에서 예를 찾아보기 어려운 청년결혼 노령화, 출산율감소에 따른 인구감소, 수도권으로의 극심한 집중현상은 항상 문제제기만 되었을 뿐 제대로 된 토론을 해본 적이 없는 것으로 기억한다. 게다가 인구감소에 따른 현상은 전국적인데도 수도권은 그동안 예외로 취급되고
인간의 몸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기에 물질의 특성을 벗어날 수 없다. 물질의 여러 특성 중 질병 발생을 이해하기 위하여 기억해야 할 내용은 물질은 장기간 반복자극에 손상된다는 점이다. 즉, ‘인간의 몸(body)은 물질이며 반복자극에 반드시 손상된다’는 사실은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한 가장 핵심내용이다.질병의 원인을 밝히는 진단도 결국 환자에게 반복적으로 가해지는 자극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지난 수 십년간 진료 현장에서 느낀 점은 인체를 손상시켜 질병을 일으키는 자극이 환자의 일상생활 중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1. 한국 어르신과 비“어이~ 친구 비 많이 오나?”“응. 많이와. 자네 이 비 오는 날 제주도 갔다며?”“무슨 소리여~. 이리 화창한 날씨를 사진 촬영해서 보내줄까? 하하하하하”2022년 여름, 장마가 오기 직전 제주로 떠난 예산군 여행팀의 어르신 여행자가 예산군에 있는 친구와 전화 통화 내용이다. 어르신의 전화통화 바로 하루 전 제주도는 장마 전선의 남하와 일주일 전부터 내리는 비로 인하여 여행을 취소하거나 연기해야 하는 심각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었다. 여행팀의 여행을 준비하는 파트너 기관의 담당자도 여행이 어렵지 않겠냐는
‘꽃값 올랐다는데 잘됐네요?’ 말 건넸다가 혼쭐났다.농업기술센터에서 프리지아 꽃값이 50% 상향되어 출하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에서 건넨 인사였는데 농장주는 ‘아이고, 최상품 몇 농가가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지 모든 농가가 그런가? 그리고 그것이 나에게 오는 것이람유?’ 하며 하소연을 하셨다. 봉산에서 프리지아를 하시는 이분은 1속(10줄) 2100원에 출하되었다. 물론 본인의 상품이 다른 농가에 비해서 절하된 것은 인정하나 기사에 난 4000~5000원과는 멀어도 너무 멀었다.는 지난 기사에서 시설농가의 난방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