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밖 과수원 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5월이면 예산도 여느 동네처럼 아카시아 꽃향기가 바람결을 따라 향기롭게 휘돌아 코끝에 퍼집니다. 흐드러지게 펴 있는 아카시아꽃은 간식거리가 없었던 시절 꿀을 머금고 있어 달짝지근한 그 맛이 개구쟁이들의 간식거리가 되어 주었습니다. 이런 추억을 가진 중년들은 ‘아련한 향기’를 하나 가슴에 담고 있어 달콤한 5월이 아닐 수 없습니다. 주교리의 언덕길에도 이 향기가 가득 합니다.
최근 우리 딸은 호두과자의 달콤한 맛에 빠져 있다. 정확히 이야기 하면, 나는 딸이 호두과자를 먹을 때 살며시 미소 짓는 그 얼굴이 보고 싶어서 호두과자에 관심이 많다. 따뜻하고, 바삭하며 그리고 우리 딸이 이야기 하는 ‘내 스타일’ 의 호두과자를 찾으면 그 미소를 볼 수 있기에 호두과자를 찾는 일이 여행 중 일부가 되었다. 쉬운 듯 쉽지 않은 어려운 듯 어렵지 않은 미션(?)이지만, 마침내 그런 호두과자를 찾으면 우리 딸과 함께 맛있게 먹는 상상을 한다.맛의 실패를 최소화 하기 위해서, 여행을 하던 중 ‘내 스타일’로 추정되는 호
중국 선종의 초대 조사 달마대사가 말하였다. 觀心一法(관심일법) 總攝諸行(총섭제행).‘자신의 마음을 바라보는 수행법이 다른 모든 수행법을 아우른다’이다. 불가에서 깨달음을 얻는 수행 방법에는 경(經), 염불(念佛), 송주(誦呪)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출렁대는 자신의 마음을 제삼자의 입장에서 묵묵히 바라보는 ‘내관(內觀)’이 모든 수행방법 중 가장 으뜸이라 하였다. 외부 상황이나 타인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늘 알아차리라는 것이다. 달마대사가 강조한 ‘마음’은 비가시적이고 비물질적이지만, 비슷한 방식으로 자신
자암의 두 시를 더 읽어 본다. 허물을 쫓고자 궁벽한 강가에서 문을 걸어 잠그니/ 달만 마주해도 그림자와 몸을 서로 가엾게 여기네./ 귀뚜라미 소리에 가을 서늘하니 사람들 시심을 돋우고/ 닭 잠들고 밤은 차가우니 외로운 새벽이 두렵구나./ 겨울 옷을 손으로 다듬는 어머님 생각에 슬퍼지고/ 짧은 편지에 심회를 담으니 옛 사람에게 부끄럽네./ 슬프게 하늘 북쪽 끝 도성을 바라보니/ 서리가 귀밑털에 더해서 몇 올이나 새롭겠는가?고향 그리워 날마다 높은 산봉우리에 오르니/ 소식은 아득하고 바다와 산은 겹겹으로 이어졌네./ 음식이 떨어지자
앓는 소리. 이따금 소리도 지른다. 주어없는 욕도 해댄다. 대체 무슨 원한이 저리도 깊길래…. 제주 강정에서 평화운동가로 활동하다 올라온 사람과 2년간 한 숙소에서 지낸 적이 있었다. 구상권이라는 명목으로 시민활동가들에게 선고한 수천만 원의 벌금을 등에 지고 올라온 그는 밤만 되면 고약한 잠꼬대를 내게 선사했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강정, 힘겨운 투쟁의 흔적을 험한 잠자리로 내게 보여주었다. “우리가 하는 일이 가치 있다고 인정해주는 사람들이 이곳에 와요. 그 사람들에게 우리가 줄수 있는 것은 이상을 보여주는 희망의 몸부림이 아
『빌렌드로프의 비너스』는 1908년 오스트리아 한 지역의 구석기시대 지층에서 발견된 여자 조각상이다. 커다란 유방, 굵은 허리, 불룩한 배, 두툼한 엉덩이 등 모양새가 전체적으로 매우 풍성하다. 제작된 시기가 기원 전으로 척박한 자연환경 때문에 먹거리가 여유롭지 못하고 생존이 불안하던 시절이다. 그와 같은 시기적 상황에 ‘뚱뚱함’은 수렵 생활의 사회에서 먹거리가 충분한 고위 신분계층의 사람을 나타낸다. 또한 자손을 보존하고 다산에 유리하다고 여겨졌던 이러한 신체 조건은, 생존이 불확실하던 시기에 아주 각광받던 체형일 것으로 추정된다
는 참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영화다. 단순한 이야기로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담은 영화는 참 오랜만이다.영화는 2018년 아카데미 7개 부분에 오른 화제작 를 만든 마틴 맥도나 감독의 신작으로 21세기의 셰익스피어라고 불리는 감독이 직접 쓴 희곡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이니셰린이라는 아일랜드의 작은 섬을 배경으로 섬에 사는 두 친구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정말 단순한 줄거리지만 러닝타임 114분 동안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일랜드와 잉글랜드 내전에 대한 메타포가 담긴 영화라는 평을 전문가들이
지금이야 자가 승용차가 일상이지만 70년도만 해도 자가용은 극소수 부유층 소유였다. 그러던 것이 고도성장과 함께 누구나 차를 가지게 되었고 가구당 두 대인 경우도 흔하다. 그런데 운전규칙이나 질서의식 혹은 자동차에 대한 상식은 어떨까? 이것도 결국은 교육이야기이다. 자동차에 대한 이해와 교육(홍보)부족에 따른 희한하고 잘못된 우리 상황을 자동차문화가 시대적으로 훨씬 앞섰고 운전규칙 대부분을 배워온 독일의 예를 들어 비교해 보고자한다. 면허취득부터 들어가자. 넓은 부지를 가진 운전학원이 있는 우리와는 달리 독일의 운전학원에는 선생 한
5. 두리안과 망고의 꿈을 갖고 인도네시아로 떠난 자매강화도에서 연락이 왔다. “거기가 조그마한 여행사 인가요?” 사실 우리 회사는 여행사가 아니고, 청소년 여행 프로그램을 연구, 개발하는 회사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청소년들 사이에 ‘우리가 하고 싶은 여행을 만들어주는 여행사’로 소문이 났다. 수도권에서 시작된 소문은 강화도까지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났고, 강화도에 거주하는 50~60대 자매 여행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우리는 인도네시아 화산으로 떠나는 여행을 준비했다. 내가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고 이야기 하기 보다는 언니는 동생
1519년 중종 14년 11월에 회오리친 기묘사화로, 이 해 조광조는 화순으로 유배가 곧바로 사약을 받았다. 조광조와 함께 한 사림들은 두렵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듬해 1520년 1월 13일의 《조선왕조실록》은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부분이다. “전일 제 스스로 훌륭하다고 하던 자들의 심술(心術)을 역시 알 만합니다. 근래 듣건대, 김정(金淨)․김식(金湜)․기준(奇遵) 등이 모두 망명하였는데 기준․김정은 망명하였다가 이틀 길의 거리에서 잡혔고 김식은 끝내 망명하였다 하니, 과연 훌륭한 사람이라면 비록 죽을 지경에 이른다 해도
4월의 봄날, 따스한 온기로 채운 4월 16일 식당. 점심을 먹기 위해 들어간 안에서는 4․16 세월호 9주기 추모식 뉴스가 나왔고, 모래예술 작가는 갓 태어난 아이를 모래 위에 그리더니 끝내 영정 사진의 소녀가 되어 있었다. 그것을 손님들은 한결같이 “아이고, 불쌍하지! 이젠 끝을 맺어야재. 지도 물속에 담가 있어 보라지, 얼마나 끔찍한지, 저래 놓고 9년 동안 사과 한마디 없어”하며 어르신들은 역정 내시며 빈 소주잔에 애통함을 채웠다.몇 년 전 차디찬 바다에 갇힌 딸아이의 죽음 진실을 규명하라며 단식으로 아사 직전인 아버지 앞에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입니다.저는 지난 25년 목회 전체를 장애를 지닌 분들과 함께 공동체에서 동거동락하며 살아왔습니다. 일명 복지목회였습니다.지금도 장애인활동지원사로, 발달장애인인권옹호가로, 장애인보호장업장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가족 중에도 지체장애인이 있습니다.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는 장애인들이 우리와 함께 사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그들의 능력과 재능을 인정하며, 이를 존중해야 합니다.또한, 우리는
그림 중앙의 나무를 중심으로 세 남자가 누워있다. 복장을 보았을 때 각각 다른 신분(농부, 군인, 귀족)의 사람들로 평상시에는 서로 팽팽한 긴장의 상황이 상존하는 관계지만, 주린 배를 음식으로 양껏 채운 후 나무 그늘 아래 옹기종기 마치 한 가족인 듯 평온히 누워 있다. 세 사람 주위에는 먹을 것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그림 중앙의 나무에 반지처럼 끼워진 둥그런 선반에는 음식과 술병이 널려 있고, 그림 왼편의 오두막에도 다양한 색상의 빵들이 온 지붕을 뒤덮었다. 저수지와 접해 있는 울타리는 소시지를 겹겹이 쌓아 만들었고, 울타리
3.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로 떠난 단독 여행경험이 많은 여행가로부터 여행하는 방법을 3년째 배우던 어느날이었다. 아직 방학 기간이 많이 남아서 여행을 다닐 시간이 충분했는데, 여행가 선생님은 프놈펜 공항에 다녀오자고 한다. 프놈펜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는 정류장에서 캄보디아 남부식 국수를 한그릇 먹었다. 캄보디아의 유명한 음식 중 하나가 캄보디아식 국수 ‘놈번쪽’과 ‘꾸이띠어우’이다. 바나나 꽃을 얇게 썰고, 생선 발효 소스와 매콤한 식재료를 함께 비벼서 먹거나 식당별 고유의 소스로 국물을 만들어 먹는다. 식사를 모두 마치고
범위가 넓은 시험 공부를 하거나 도통 감이 잡히지 않는 작업을 하게 될 때면 괜히 몸이 움찔거리고 딴 짓을 하게 된다. 시간은 째깍째깍 흐르고 도저히 맞출 수 없는 마감에 다다르면 주변의 정리되지 않는 물건들이 눈에 거슬린다. 아무렇게나 배열된 책상 앞, 미뤄둔 설거지거리 등등….마감을 훌쩍 넘겨 글을 쓰는 지금도 역시나 책상 위는 난장판이다. 세로로 꽂은 것도 모자라 가로로 쌓인 읽지 않는 책들, 몇 년이 지났는지 기억도 안 나서 잉크가 말라버렸을지도 모르는 필기도구, 여행 때마다 버릇처럼 집어온 다시 펼치지 않는 리플릿과 소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