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축옥사와 인목대비 폐위 문제로 귀양살이를 한 사람은 부지기수다. 앞서 이야기한 이항복, 신흠, 이원익, 이신의 등은 그 일부다. 1840년 추사 김정희는 유배객으로 남국 제주의 대정(大靜) 땅을 밟았다. 추사보다 226년 앞서, 1613년에 일어난 계축옥사(癸丑獄事)로 그 이듬해에 역시 유배객으로 대정 땅을 밟은 사람이 있다. 경남 거창에서 난 동계(桐溪) 정온(鄭蘊, 1569~1641)이다. 영창대군(永昌大君, 1606~1614)은 선조와 그의 계비 인목왕후의 아들이다. 그는 선조 사후 광해군을 지지하는 대북파에 의해 서인(庶人
■ 예산의 진산 ‘금오산’‘금오산’은 ‘예산’이란 지명을 낳은 산이며, 예산의 진산(鎭山)이다. ‘진산’은 고을을 지켜주는 산으로 그 지역의 중심이 되는 산이며, 예로부터 지방관은 이곳에 제사를 지내왔다. 1914년에 일제는 대흥군과 덕산군, 예산군을 하나의 예산군으로 통합하였다. 그래서 100여 년 전으로 거스르면 대흥군의 진산은 ‘봉수산’, 덕산군의 진산은 ‘가야산’이었다.‘금오산(金烏山)’은 검은 산을 뜻하는 ‘금뫼(烏山)’의 다른 이름이다. 한자가 없던 1500년 전쯤에는 ‘금뫼’였을 가능성이 높다. 이 ‘금뫼’는 ‘그뫼/그
빈부가 공정한 경쟁이나 노력의 결과 아냐불공정한 자본주의 시장서디지털 기술을 사적으로만 소유기술 발전의 결과를 공동의 것으로 인식해야공동의 것을 공동의 혜택으로 만들지함께 모색 필요며칠 전 한국 언론에서 ‘금투세 폐지’라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금융투자소득세란 주식이나 펀드로 얻은 수익의 일부를 세금으로 징수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새해 첫 증권시장에 대통령이 참석해 내년부터 시행될 정책을 폐지하겠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과도한 부담의 과세가 선량한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시장을 왜곡한다면, 시장원리에 맞게 개선되어야 하며”, “저
나는 정원을 가꾸어 온 지 6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정원은 나에게 기대 이상으로 많은 즐거움을 주며 다른 취미에 비해 아주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일이라는 확신이 든다. 그 이유는 정원은 친구이자 스승이며 나의 모든 감각을 황홀하게 일깨워 주는 예술품이기 때문이다.1월 이야기사람들은 보통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하지만 정원 지기들에게는 1월이 잔인한 달이 아닐까 생각한다. 봄은 아직 너무나 멀고 땅은 얼어있어 호미질조차 할 수 없고 꽃이 피는 시기를 한없이 기다리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할 일이 많지 않아 편안한 이 시간을 잔인
콩은 우리 민족과 가장 친숙한 작물입니다. 우리가 자주 먹은 감자, 고추, 고구마 등은 의외로 우리나라가 원산지가 아닙니다. 콩의 원산지는 바로 한반도로 알려져 있습니다.그로 인해 콩과 관련된 요리와 속담이 많으며, 심지어 중국과 국경을 이루고 있는 두만강(豆滿江)은 ‘콩이 가득한 강’이라는 뜻으로 두만강을 거쳐 대륙으로 콩을 실어 옮겼다는 설도 있습니다. 이처럼 콩은 우리의 토착 작물이면서 그 발상지가 한반도이고 우리 조상이 가장 오래 전부터 재배해서 먹었던 주곡입니다. 때문에 전 세계에서 콩을 나물로 키워먹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아침 7시 10분, 알람소리에 조건반사로 이불을 머리까지 끌어올린다. 이불 속은 얼마나 아늑하고 깊은지, 아침마다 다시 태어나는 기분이다.내가 듣는 알람 소리를 그도 듣는다. 녀석도 나와 똑같이 이불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나를 키워준 어머니께서 했던 일을 나도 똑같이 매일 아침 반복하고 있다. 다만 그때 내가 어머니께 들었던 말들을 아이에게 똑같이 들려줄 수는 없다. 대신 모든 것이 스스로 깨어나도록 시간을 내어 준다. 사실은 그 시간을 보장해 줄 것을 아내로부터 지시(?) 받았다. 그러니 아침의 1시간은 얼마나 길은지, 또 어찌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둘째는 바쁘다. 우리 집에서 제일 바쁘다. 이제 막 스무 살이 되었으니 할 일이 많아졌다. 운전면허증을 따겠다며 학원에 등록을 하더니 깨우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일어난다. 학원차가 오는 시간에 맞춰 집을 나간다. 학교 갈 때는 이불을 돌돌 말고 굼벵이처럼 버티더니 신기한 일이다. “엄마! 오늘은 출발하자마자 시동이 꺼졌어!” “엄마! 오늘은 깜빡이 넣었는데 안 꺼서 점수 깎였어.” 학원에 다녀오면 묻지도 않은 말을 재잘재잘 해댄다.“운전이 어려운 거야, 잘못하면 사고 나잖아. 안전벨트를 매고 출발해야해. 깜빡이 넣
예산의 옛 이름은 ‘그뫼(금오)’다. 고려시대 역사서에 따르면 천년도 더 오랜 백제시대와 신라시대 때 쓴 이름이다. 지금도 그 이름이 남아 있는 지명이 있다. 하나는 예산 군청 뒤에 있는 ‘금오산’이고, 또 하나는 금오산 골짜기에 있는 마을 ‘거무실’이다.1500년도 더 오랜 백제시대 이름은 ‘그뫼’였다. 당시는 우리 글이 없어 한자를 이용해 지명을 기록하였다. 한자를 우리식으로 표기하는 것을 ‘향찰(鄕札)’, 보통은 ‘이두(吏讀)’라 한다. 한자로 쓰인 기록에 따르면 백제 시대 지명은 ‘오산(烏山)’, 또는 ‘고산(孤山)’이다.
마음이 내내 무거운 한 주가 흘렀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좋아했던 배우를 다시는 못 본다는 게 안타깝고 슬펐다. 어른들의 세계를 모르는 아들이 때로는 부럽다. 막내아들이 좋아하는 젤리를 먹고 있다. 봉지를 뜯어서 보물찾기를 하듯 뭔가를 찾더니 이내 환하게 웃는다. 찾았나보다. 수많은 지렁이 중에 가장 큰 대왕지렁이(꿈틀이)를 손에 들고 좋아한다. 맛은 똑같을 텐데 아이는 아이다. 아차차, 이래서 나는 어른이지.“엄마! 이거 봐. 히히. 대왕!” 매번 똑같은 말로 자랑도 한다. 순간, 이 아이를 시험에 빠지게 하고 싶어진다. “대왕!
이육사(李陸史, 1904~1944)가 1940년 세상에 내놓은 시 을 감상해 보자.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세월에 불타고 우뚝 남아 서서/ 차라리 봄도 꽃피진 말아라.// 낡은 거미집 휘두르고/ 끝없는 꿈길에 혼자 설레이는/ 마음은 아예 뉘우침 아니라.// 검은 그림자 쓸쓸하면/ 마침내 호수 속 깊이 거꾸러져/ 차마 바람도 흔들진 못해라.// 검은 그림자 쓸쓸하면/ 마침내 호수 속 깊이 거꾸러져/ 차마 바람도 흔들진 못해라.석탄(石灘) 이신의(李愼儀,1551~1627)의 와 시대적 차이로 그 배경은
올 해처럼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엔 출근을 위해 자동차에 쌓인 눈을 치우며 ‘이러다 지각하겠네. 눈 와서 길도 막힐 텐데 큰일이다!’ 생각하며 시간과 싸움을 합니다. 역시나 지각을 하곤 일에 치여 하루를 꼬박 보내고 퇴근으로 하루가 끝나는 쳇바퀴 속에 살다보면 어느 순간 뉴스에서 봄 꽃 개화소식이 들려옵니다. 귀농 하기 전 도시의 삶이 단순한 ‘시간의 흐름’으로 느껴 졌다면 예산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요즘은 ‘계절 속에 뒤엉켜’ 산다는 표현이 적당할 것 같습니다.‘농부’라는 직업 특성상 계절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
목회자이기에 새해 인사를 이렇게 드립니다.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새해 예수님과 함께 하는 형통이 가정과 사업장에 가득하길…”새해 여러분에게 참 좋은 만남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만남은 우리 삶에서 소중한 역할을 합니다. 우리는 혼자 살 수 없는 사회적인 존재입니다. 누군가와 연결되고 소통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만남을 통해서 새로운 경험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서로에게 영감과 지지를 주고 받는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만남이 우리의 기대에 충족하면 관계는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줍니다. 새해는 우정, 가족, 연인, 동료
추운 겨울이지만 한해 농사가 마무리 되어 조금은 여유있는 요즘입니다. 지난 크리스마스의 바로 다음날인 12월 26일 화요일 오전 9시 30분 예산군청 4층 대회의실에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저희 예산군청년농업인협의회의 큰 행사중 하나인 이번 토론회가 올해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농번기를 피해 농한기인 겨울로 일정을 정해 더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예산군청년농업인협의회는 매년 다양한 주제로 대군민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올해 5회를 맞이하는 이번 토론회의 주제는 ‘청년이 돌아오는 농촌 대안 찾기’입니다. 예산군의 당면 과제인 인
놀이터가 사라지고 있다는 뉴스를 보았다. 놀이터가 있던 자리는 주차장으로 바뀌었다. 놀이기구 대신 어른들을 위한 운동기구가 들어섰다. 산부인과가 사라지더니 소아·청소년과가 문을 닫았다. 가르칠 학생이 사라진 학교는 폐교한다. 매스컴에서는 저출산 고령화 시대라며 하루가 멀다고 대책을 쏟아 낸다.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고 일어나서도 안될 일이 일어나고 있는 요즘이다. 그리고 끝내 놀이터가 사라지고 있다.몇 해 전 놀이터 그네에 앉아 핸드폰에 몰두하고 있는 아이들 사진을 신문에서 본 적이 있다. 사진 속 그네는 핸드폰 게임을 하는 친구
겨울방학을 하루 앞둔 아침, 눈이 가득 쌓인 길을 사과꽃발도르프 아이들과 달리기를 했습니다. 가볍게 준비운동을 합니다. 코로 숨을 쉴 수 있을 만큼 천천히 달립니다. 천천히 달리면 주변 풍경을 즐기는 작은 여유도 가질 수 있습니다. 달리기 시간은 단 5분. 학교 주변을 두 바퀴 정도 뛰는 시간입니다. 저는 욕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하고 싶은 것을 적어둔 긴 목록을 늘 가지고 있습니다. 심심할 틈이 없죠. 문제는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그냥 하지 못하고 관련 책을 읽고 장비와 준비물을 챙기다 흐지부지 해지는 것입니다. 목록이 늘어나기
앞서 석탄(石灘) 이신의(李愼儀, 1551~1627)가 귀양지에서 읊은 연시조 를 감상했다.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는 네 벗[四友], 즉 소나무, 국화, 매화, 대나무를 4음보로 읊었다. 광해군의 인목대비 폐위에 대한 자신의 속내가 어떠했는지가 분명히 헤아려진다. 이 의 내용과 다르지 않게 이신의는 중꺾마를 보여주고 갔다. 이신의의 5대손인 이상규(李相奎)는 이 노래를 가지고 서첩(書帖)으로 만들고 화공(畫工)을 시켜 그림을 그리게 했다. 그리고는 1755년에 당시 75세의 대학자 성호(星湖) 이익(李瀷,
마을 이름은 변하기도 하고 새로 생기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해요. 역사의 흐름에 따라, 정치·사회·문화의 변화에 따라 마을 이름도 바뀌어요. 한자가 유입되면서 우리 고유의 이름들이 신라시대 후기 한자어로 바뀐 것처럼요. 마을이 생기면 마을 이름이 새로 생겨나고요, 마을이 없어지면 마을 이름도 사라졌어요. 사람에게 이름이 붙는 것처럼 땅에도 이름이 붙지요. 땅은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이고요, 이를 부르는 지명은 나라와 사회를 효율적으로 다스리게 해주고, 주민들이 편리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줘요. 당연히 내가 사는 마을 이름은 소중하고
“누가 등 떠밀며 하라고 하면 절대 못 할 거야”친하게 지내는 작가 친구와 오랜만에 통화를 한다. 친구는 약속한 원고 마감 날이 다가오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글에 진도가 제자리라며 푸념한다. 백번 공감되는 이야기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나도 그렇듯 동화를 쓰는 어린이책 작가들은 ‘글쓰기’를 내가 좋아서 선택한 것이다. 그러니 행복한 투정이고 귀여운 발악이라는 걸 스스로 안다. 운동이라면 재능도 없고 성실하지도 않은 내가 어쩌다 배드민턴을 하게 되었다. 하루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막내아이를 데리고 운동을 하러 간 적이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