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처럼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엔 출근을 위해 자동차에 쌓인 눈을 치우며 ‘이러다 지각하겠네. 눈 와서 길도 막힐 텐데 큰일이다!’ 생각하며 시간과 싸움을 합니다. 역시나 지각을 하곤 일에 치여 하루를 꼬박 보내고 퇴근으로 하루가 끝나는 쳇바퀴 속에 살다보면 어느 순간 뉴스에서 봄 꽃 개화소식이 들려옵니다. 귀농 하기 전 도시의 삶이 단순한 ‘시간의 흐름’으로 느껴 졌다면 예산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요즘은 ‘계절 속에 뒤엉켜’ 산다는 표현이 적당할 것 같습니다.‘농부’라는 직업 특성상 계절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
목회자이기에 새해 인사를 이렇게 드립니다.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새해 예수님과 함께 하는 형통이 가정과 사업장에 가득하길…”새해 여러분에게 참 좋은 만남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만남은 우리 삶에서 소중한 역할을 합니다. 우리는 혼자 살 수 없는 사회적인 존재입니다. 누군가와 연결되고 소통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만남을 통해서 새로운 경험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서로에게 영감과 지지를 주고 받는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만남이 우리의 기대에 충족하면 관계는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줍니다. 새해는 우정, 가족, 연인, 동료
추운 겨울이지만 한해 농사가 마무리 되어 조금은 여유있는 요즘입니다. 지난 크리스마스의 바로 다음날인 12월 26일 화요일 오전 9시 30분 예산군청 4층 대회의실에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저희 예산군청년농업인협의회의 큰 행사중 하나인 이번 토론회가 올해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농번기를 피해 농한기인 겨울로 일정을 정해 더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예산군청년농업인협의회는 매년 다양한 주제로 대군민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올해 5회를 맞이하는 이번 토론회의 주제는 ‘청년이 돌아오는 농촌 대안 찾기’입니다. 예산군의 당면 과제인 인
놀이터가 사라지고 있다는 뉴스를 보았다. 놀이터가 있던 자리는 주차장으로 바뀌었다. 놀이기구 대신 어른들을 위한 운동기구가 들어섰다. 산부인과가 사라지더니 소아·청소년과가 문을 닫았다. 가르칠 학생이 사라진 학교는 폐교한다. 매스컴에서는 저출산 고령화 시대라며 하루가 멀다고 대책을 쏟아 낸다.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고 일어나서도 안될 일이 일어나고 있는 요즘이다. 그리고 끝내 놀이터가 사라지고 있다.몇 해 전 놀이터 그네에 앉아 핸드폰에 몰두하고 있는 아이들 사진을 신문에서 본 적이 있다. 사진 속 그네는 핸드폰 게임을 하는 친구
겨울방학을 하루 앞둔 아침, 눈이 가득 쌓인 길을 사과꽃발도르프 아이들과 달리기를 했습니다. 가볍게 준비운동을 합니다. 코로 숨을 쉴 수 있을 만큼 천천히 달립니다. 천천히 달리면 주변 풍경을 즐기는 작은 여유도 가질 수 있습니다. 달리기 시간은 단 5분. 학교 주변을 두 바퀴 정도 뛰는 시간입니다. 저는 욕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하고 싶은 것을 적어둔 긴 목록을 늘 가지고 있습니다. 심심할 틈이 없죠. 문제는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그냥 하지 못하고 관련 책을 읽고 장비와 준비물을 챙기다 흐지부지 해지는 것입니다. 목록이 늘어나기
앞서 석탄(石灘) 이신의(李愼儀, 1551~1627)가 귀양지에서 읊은 연시조 를 감상했다.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는 네 벗[四友], 즉 소나무, 국화, 매화, 대나무를 4음보로 읊었다. 광해군의 인목대비 폐위에 대한 자신의 속내가 어떠했는지가 분명히 헤아려진다. 이 의 내용과 다르지 않게 이신의는 중꺾마를 보여주고 갔다. 이신의의 5대손인 이상규(李相奎)는 이 노래를 가지고 서첩(書帖)으로 만들고 화공(畫工)을 시켜 그림을 그리게 했다. 그리고는 1755년에 당시 75세의 대학자 성호(星湖) 이익(李瀷,
마을 이름은 변하기도 하고 새로 생기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해요. 역사의 흐름에 따라, 정치·사회·문화의 변화에 따라 마을 이름도 바뀌어요. 한자가 유입되면서 우리 고유의 이름들이 신라시대 후기 한자어로 바뀐 것처럼요. 마을이 생기면 마을 이름이 새로 생겨나고요, 마을이 없어지면 마을 이름도 사라졌어요. 사람에게 이름이 붙는 것처럼 땅에도 이름이 붙지요. 땅은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이고요, 이를 부르는 지명은 나라와 사회를 효율적으로 다스리게 해주고, 주민들이 편리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줘요. 당연히 내가 사는 마을 이름은 소중하고
“누가 등 떠밀며 하라고 하면 절대 못 할 거야”친하게 지내는 작가 친구와 오랜만에 통화를 한다. 친구는 약속한 원고 마감 날이 다가오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글에 진도가 제자리라며 푸념한다. 백번 공감되는 이야기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나도 그렇듯 동화를 쓰는 어린이책 작가들은 ‘글쓰기’를 내가 좋아서 선택한 것이다. 그러니 행복한 투정이고 귀여운 발악이라는 걸 스스로 안다. 운동이라면 재능도 없고 성실하지도 않은 내가 어쩌다 배드민턴을 하게 되었다. 하루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막내아이를 데리고 운동을 하러 간 적이 있
“청년농부정착지원센터가 뭐여?” 많은 분들이 오다가다 물어봅니다.이곳 ‘예산읍 주교로 88-1’에는 다소 생경스런 간판이 걸려 있습니다. 정확한 명칭은 ‘예산군청년농부정착지원센터’로서 일반인들에게는 무언가 익숙하면서도 낯설기도 한 간판명이라 생각됩니다.익숙한 이유는 이곳의 운영 주체인 ‘예산군청년농업인협의회’가 그간 지역에서 청년농부들의 정착과 우리들의 목소리를 내고자 왕성한 활동을 펼쳐왔기에 한두 번쯤은 ‘청년농부’라는 단어를 들어보았을 것이고, 낯설다는 것은 예산역 주변 심심한(?) 환경과 ‘청년’이라는 다소 부자연스러운 간판이
성탄절이 곧 옵니다. 이제 성탄절은 신자와 비신자들 모두에게 화려한 날로 변모하였습니다. 사랑하는 연인들의 속삭임이 있는 날. 연말 모임으로 비틀거리는 취객의 고성방가도 한 몫 하는 날. 백화점의 요란한 상술의 조명이 도시를 가득 채우는 날. 교회의 요란한 성탄 이브 행사에 자리를 빼앗긴 날.베들레헴의 어느 이름 없는 여관 말구유에서 성육신 하신 아기예수님과는 어쩜 어울리지 않는 환락, 술취함, 연인, 선물이 어울리는 화려한 스타의 탄생일로….성탄의 참의미는 가장 비참하고 낮은 자의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그래서 ‘기쁘다 구주 오셨네
학교로 전화가 왔다. 면장님과 직원 몇 분이 오셔서 실제로 지역에 거주하고 있지만 전입 신고를 하지 않은 교직원분들을 만나 전입을 유도하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 날을 잡아 달라는 내용이었다. 전화를 받는 교감선생님 옆자리인 나는 ‘이거, 내 얘기인데?’ 순간 불편함이 무겁게 눌렀다. 사정에 의해 주소는 여기가 아니지만, 누구 못지않게 25년을 예산군을 고향이라 생각하며 살고 있기에 내 호구조사를 받는다는 불편한 느낌과 이렇게 해서 9만명을 넘기면 재정지원을 얼마나 더 받아 예산군이 잘 살까? 뭐 하는 거지?예산군은 ‘예산사랑 주소갖기
부정적 감정을 유발하는 기억은 두뇌에 저장되어 있으며, 기억을 끄집어 낼 때마다 자동적으로 습관고리가 작동되고, 곧이어 적응반응으로 연계되면서 외부유해물질이 유입되고, 내부유해물질의 생성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두뇌에 저장된 부정적 기억이 제거되어야 한다. 두뇌의 병변으로 발병되는 정신질환의 치료 역사에서, 과거에는 두뇌의 일부를 직접 제거하는 시술이 성행하였다. 중세 시대에는 광인(정신이상환자)의 발병원인이 머리 속 존재하는 ‘광기의 돌’ 때문이라고 믿어 그 돌을 꺼내는 시술을 시행하였다. 하지만
3. 어머. 우리 아이들이 결과를 보내주었어요.(김한나, 신동은 여행가)“많이 추울텐데… 철수할까? 목적지 하나를 제외시킬까? ” 이번 프로젝트의 활동을 주도하는 후배 여행가들에게 항상 하고 싶은 말이었다. 전체 통신망을 열었다 닫았다를 되풀이 하면서 메시지를 보낼까 말까 고민했다. 전체 여정의 콘셉트를 준비한 선배 여행가의 역할 중 하나이며, 윤리적 책임은 후배 여행가를 안전하게 보호하며 활동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여정 변경을 고민할 때마다 나에게 돌아오는 답장 메시지는 이랬다. “선생님. 저희팀 아이들 활동이 조금
같은 역사적 공간에 살았더라도, 후인들이 기억해주는 방식에 대해서는 다르다. 세월이 흐르면 하나 둘 잊히는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오래도록 기억해주는 방식이라면 작품과 저술로 남기는 것이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 추사를 지금까지 불러내 수없이 기억해주는 것은 바로 서화 예술 작품과 그의 시와 글이 있기 때문이다. 추사에게 이런 것들이 아니었으면 지금쯤 잊혔을 것이다. 윤동주와 송몽규는 일제 때 뜻을 함께 한 고종사촌 사이다. 조용하고 부끄럼 많은 성품의 윤동주보다는 송몽규가 외향적이고 활동적인 리더십으로 일제의 억압에 더 적극적으로 맞
이분법이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쁘고가 아니라 그냥 서로 다른 두 가지를 설명할 때 쓰면 좋겠지만, 세상의 이분법에는 편견과 차별이 존재한다. 남자와 여자, 백인과 유색인종, 어른과 아이, 도시와 시골 등이 그러하다. 그것만이 아니다. 누가 우월하고 열등한지 꼭 가려야 속이 시원한 사람들도 많아서 순위를 나타내는 표들도 많다. 돈 많이 버는 직업, 세계에서 가장 좋은 대학, 세계 갑부들의 재산도 순위 등등. 이런 차별적 이분법과 순서 매기기를 떠나 자유롭게 사는 것이 어떠냐고 는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작가는 경쟁의
감정을 방출하기 위한 첫 번째 과정은 본인에게 발생한 감정을 객관적으로 알아차리고 인식해야 한다. TV 드라마 혹은 영화에서는 극적으로 설정된 인간 관계에서 벌어지는 여러 상황에 출연 배우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과 행동을 세세하게 연기한다. 관람자(시청자)는 배우들이 표현하는 말과 행동을 관람하면서, 그들의 감정을 손쉽게 읽어낼 수 있다. 일상생활 중 시시각각 변하는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관람의 경험을 되살려 본인이 마치 TV 드라마 혹은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라고 생각하고, 관람자 입장에서 자신에게서 일어나는 감정들을
12월이 되면 항상 거리에서 울려퍼지던 크리스마스 캐럴이 생각난다. 몇 해 전부터 서울을 비롯한 도심에서도 크리스마스 기분이 거의 나지 않는다.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 하는 때이니 화려한 조명이 사라진 건 반가운 일이지만 아무래도 음악이 사라진 건 아쉽다.크리스마스 캐럴(Carol)은 성탄절을 축하하는 뜻으로 부르는 찬송가다. 캐럴의 한 종류로서 크리스마스에 야외에서 신을 찬송하기 위하여 부르는 민중적 종교가를 말한다. 다만 본래는 캐럴이 크리스마스에 한해서 부르는 것이 아니라 민중이 야외에서 소리를 합하여 노래하는 즐거운 성격을 띤
작은 숲이 들어서니 많은 야생동물이 찾아왔다청설모, 너구리, 오소리오색딱따구리, 꾀꼬리, 부엉이시골생태계를 위하여 이런 작은 숲이 주변에 좀 더 있었으면어느덧 약속했던 한 해 연재의 마지막 차례가 되었다. 지금까지 글은 사회현상에 관한 거의 푸념에 가까운 글이었다. 안타깝지만 그게 우리의 모습이고 많은 변화가 필요한 일들이다. 이번 글은 그런 내용을 떠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별게 아니고 내가 사는 삽교의 작은 숲에 관한 이야기를 끝으로 하면서 지금까지 어쭙잖은 글을 읽어주신 독자들께 감사도 동시에 드린다.대학생활, 그리
2023년 10월 윤봉길 의사를 주제로 하는 여행 프로젝트를 함께 준비했다. 윤봉길 의사의 일본에서 발자취를 따라 예산군 청소년 19명과 수련관에서 근무하는 3명의 선생님과 함께하는 3박 4일의 여정이었다. 매년 진행되었던 버스를 이용한 편안한 여정 진행에서 벗어나, 전체 일정을 청소년들이 스스로 구성하고, 대중 교통을 이용하며, 현장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상황을 스스로, 모둠 내 청소년들과 또는 모둠 담당 선생님과 함께 해결하며 하루 하루를 생활했다. 아이들의 도전을 시기 질투를 했는지 아이들 4일 여정 중 3일은 비와 우박을
앞에서 신흠(申欽, 1566~1628)은 죄인의 신분이기에 유배지에서의 서신 왕래는 또 다른 파장을 불러 올 수 있는데, 사실대로 언급하고 있는 것이 이채롭다고 했다. 이런 예가 있다. 고산 윤선도의 손자 윤이후(尹爾厚, 1636~1699)가 1694년 갑술환국으로 흑산도로 유배 간 류명현(柳命賢)에게 보낸 편지에는 시를 짓지 말라고 한 부분이 있다. 이는 지은 시가 자칫하면 구설수를 일으키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죄를 인정하지 않고 억울해 하는 시가 정적들에게 들어가면 다시 고초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