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당저수지를 보고 ‘집 가까운 곳에 있는 바다’라고 이야기하는 아이를 보며 ‘넓긴 넓구나’라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전국에서 가장 큰 저수지의 물안개를 간혹 보면 웅장함에 나도 놀라는데, 5살 아이가 예당저수지를 바다 같다고 말하는 게 당연한 걸지도…. 큰 아이는 예당저수지에 가면 꼭 들러야 하는 곳이 있다. 출렁다리는 곁눈질로 흘려가는 장소이며, 조각공원은 잠깐 놀다가는 장소가 되어 버렸다. 물고기를 사랑하는 큰 아이는 예당저수지에 가면 수문을 꼭 들려야 한다. 수문 옆 공원에서 내려다보이는 곳에 큰 물고기들이
작년하고는 달리 올해는 눈이 제법 온다. 역시 겨울엔 눈이 와야지! 정연이가 눈이라는 것을 알게 될 무렵에는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았다. 그래서 눈이 주는 즐거움을 알지 못했던 것 같다. 작년에는 딱 한번 눈이 왔으니까. 겨울이면 비보다는 눈이 와야지. 그래야 겨울이지 하는 생각이다. 올해 눈이 제법 내리던 날 거실에서 밖을 보던 나는 내일 출근을 어떻게 하나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눈이 오니 밖에 나가서 눈구경을 하자고 말했더니 준비하느라 난리다. 옷을 껴입고, 목도리를 두르고, 장갑과 부츠를 신고, 마지막으로 눈썰매를 가지고
너를 처음 본 순간 아빠는 무지 두근거렸어. 작은 초음파사진에 콕 박힌 널 보면서 ‘무럭무럭 자라서 건강하게 세상에 나와야 해’라고 기도했어. 한 달 두 달… 넉 달 그리고 엄마가 점점 힘들어질 때쯤 긴 산통 후에 세상에 나와 빛을 보고, 옥이야 금이야 키우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45개월이란 시간이 지났고, 하나님이 주신 우리에게 온 또 다른 보물도 세상에 나왔어. 요즘 동생 때문에 아빠가 못 놀아주어서 그런지…. 할머니, 할아버지만 찾는 널 보면 가슴이 찡하기도 하지만, 널 보면 아빠는
요즘 퇴근하면 긴 겨울밤을 정연이와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가 고민이다. 어디를 나갈 수 없는 상황이라 집에서 모든 걸 해결해야 한다.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밥을 먹고 정리하면 8시 정도가 된다. 자기 전 약 2시간을 온전히 정연이와 놀아줘야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우리 세 식구가 할 수 있는 놀이거리를 찾다보니 예전에 구입한 만들기 책이 눈에 띄었다. 한번 훑어보니 종류가 제법 다양하다. 한 10개 정도가 있어 하루에 하나씩 하면 열흘을 보내겠다 싶어 시작을 했다.크기가 커서 오리기 쉬운 것을 정연이가 잘라놓으면, 나와 정연
사람들은 저마다 12월에는 한 해 동안 지내면서 기억에 남는 일을 생각해보게 된다. 시간이 빠르다는 말을 상투적으로 하면서 뿌듯했던 일과 아쉬웠던 일들을 추억하게 된다.나에게 2020년은 원고를 썼던 일이 추억이 될 것이다. 아니 정연이가 크는 내내 이 추억은 평생 갈 것이다. 신문을 보는 독자분들이 주변에 많다는 것도 새삼 느꼈다.오가다 만나는 분들이 신문 잘 보고 있다고 말씀도 해주시고, 전화로 잘 보고 있다고 격려도 해주셨다. 정연이 덕분에 유명인사가 되었다.신문에 정기적으로 글을 쓰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은
정연이는 하원하고 다시 태권도장을 다니고 있다. 한두 달을 잘 다니다가 가기 싫다고 해 잠시 쉬었다. 태권도를 배우기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놀고 잠시나마 뛰어노는 게 나을 것 같아 다시 보내고 있다. 계속 다녀서 한 2~3단을 따면 좋겠다는 게 내 생각이다. 호신술을 위해서라도.태권도장 끝날 때쯤 6시에 데리러 가는데, 정연이 엄마가 대부분 데리러 가고 사정이 있을 때 내가 간다. 조금이라도 늦게 가면 혼자만 남아있어 시간을 될 수 있으면 끝나는 시간 무렵에 맞춰 도착하려고 한다.정연이 태권도 수업이 끝나기 전에 가서 보니 제
아이들에게 병원은 늘 두려움이다. 환절기마다 겪는 감기는 특별한 주사 없이 약처방만으로도 해결 가능하지만, 폐렴이나 독감이 걸리면 어쩔 수 없이 주사나 링거를 맞아야 한다.이땐 울고 불고,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6살인 지금 정연이가 1년 동안 병원 간 횟수가 손에 꼽을 정도이지만, 3~4살때에는 병원 단골손님이라 접수대에서 정연이 얼굴만 보고 자동적으로 이름을 찾을 수 있을 정도였다.매년 이맘때면 정연이에게 꼭 해야하는 일이 있다. 바로 독감 예방주사이다. 작년에는 내가 소아과를 데리고 가 독감주사를 맞혔는데, 아프다고 울지도 않고
유치원에서 아빠 프로젝트를 한다고 했다. 취지는 아빠와 아이와 친밀감을 높이고, 아빠에 대한 아이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올 봄에는 엄마 프로젝트를 했었다.유치원에서 아빠 프로젝트를 하면서 제일 먼저 아빠 직업과 관련 있는 물건을 하나씩 가지고 오라고 했단다. 그래서 정연이 엄마는 무엇을 보낼지 고민하다가 장식장에 있던 돌도끼를 보냈다(이 돌도끼는 친구가 밭에서 일하다 주운 유물로, 친구네 집에 갔다 이 돌도끼를 보고 달라고 해 내가 지금껏 가지고 있는 유물이다).이 돌도끼를 보내면서 정연이 엄마가 선생님에게 편지를
며칠 전 한글날이었다. 한글날과 관련해서 정연이에게 문제를 냈다.“한글을 만드신 분은?”“세종대왕”“한글날 해야 할 일은?”“태극기”두 가지는 정확히 알고 있구나! 속으로 뿌듯하다(국경일마다 정연이와 태극기를 다는 게 중요한 일정 중 하나다.정연이는 한글을 배우는 중이다. 간단하게 자기이름을 쓰는데, 쓰기보다는 그리는 수준이다. 집에서 책을 읽어주는데, 한글을 몰라도 책 제목을 말한다. 글을 읽지 못하지만 이미지로 기억을 하는가 보다. 한글을 모르는 정연이를 내가 까막눈이라고 놀린다. 나중에 커서 이 글을 보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나의 오래 전 꿈은 역사 선생님이었다. 아마도 중학교 때부터 장래희망에 썼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적었었다. 그래서 역사 선생님을 하려고 대학교는 사학과를 갔는데, 중간에 고고학을 공부해 지금은 학예연구사란 일을 하고 있다. 내 삶에 있어 역사는 삶의 일부분이고, 지금도 역사와 관련한 일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역사 선생님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역사로 직업을 삼았으니 천직으로 생각된다.아빠가 문화재 일을 하니 자연스레 정연이는 놀러를 가도 문화재와 관련된 곳을 가고, 여행을 가도 박물관을 간다고 에
사회에서는 온통 코로나19로 떠들썩한데, 반대로 우리 가족은 평온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 특별할 것도 없는 무난한 날들의 연속이다. 정연이는 6살이 되더니 감기나 병치레가 거의 없어졌다. 소아과병원 단골손님이었던 정연이는 언제 병원을 갔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다. 튼튼하게 자라고 있어서 대견하다.밤에 정연이를 일찍 재우려고 노력하지만 자는 시간은 늘 10시를 넘긴다. 더 늦게 자는 아이들도 많다는데 이 정도면 괜찮다고 위안을 삼아본다. 이렇게 늦게 자니 아침에 일어나는 게 늘 힘들다. 그러다 보니 유치원 가기 위해 억지로 깨우기
나에게 여름은 견디기 힘든 계절이다. 더위를 참지 못하는 데다가, 땀이 많이 나기 때문이다. 차라리 추우면 옷이라도 껴입고 다니지 더울 땐 정말 어찌할 수 없다. 정연이도 나를 닮아 땀을 많이 흘린다. 자다가 뒤척여서 머리카락을 만져보면 땀이 나있다. 수건으로 닦아주지만 그때뿐이다.정연이가 유치원을 마치고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놀다보면, 얼굴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신나게 놀고 집으로 와서는 피곤한지 선풍기 바람에 금방 잠이 들 때가 있다. 씻지도 않고 자서 어떻게 하지하는 생각에 깨워서 씻긴 다음 다시 재운다. 씻기 싫다고 응석을
정연이가 하원하면서 투명 플라스틱 컵을 들고 왔다. 자세히 보니 미꾸라지 한 마리가 들어있다. 유치원 원장선생님이 주셨단다. 미꾸라지를 키울 수 있는 어항이 없어 놓아주려고 하자 정연이는 집에서 키우자고 고집을 부린다.할 수 없이 집으로 가져가서 조금 더 큰 통에 담아 놨다. 미꾸라지 먹으라고 과자 같은 걸 넣어준다. 먹는지 지켜보고 움직이는 미꾸라지를 보는 게 신기한지 계속 쳐다 본다.통에 물을 넣고 나니 미꾸라지가 있던 물이 탁해지면서 미꾸라지의 움직임도 둔해진다.정연이 엄마가 “정연아, 미꾸라지는 산소가 없으면 죽을 수 있으니
한 달 전쯤 금요일, 유치원을 하원하고 정연이는 친구들과 유치원 바로 옆에 있는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다. 저녁 무렵까지 친구들과 뛰어노느라 집에 갈 생각이 없는 듯했다. 그러더니 뜬금없이 “친구야, 배고프지 않니? 우리 자장면 먹으러 갈까?” 급 제안을 하는 거다.거기에 있던 아이들은 일제히 엄마아빠에게 “우리 자장면 먹으러 가요!” 하는 게 아닌가. 아뿔싸! 일이 커졌다.그래서 놀이터에서 놀던 정연이와 친구들은 근처에 있는 중국집에서 함께 저녁을 먹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적용되는 일반적인 법칙이 하나 있다. 물론 암묵적이긴 하지
유명한 소설가가 친구를 사귀기 위해 투자했던 시간과 노력이 시간이 흐른 뒤 부질없었다고 말했다. 차라리 그 시간에 본인이 하고 싶었던 것을 하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내용의 글을 본 적이 있다. 이 말이 맞는지 맞지 않는지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나도 친구를 사귀는 과정이 소설가와 다르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외지에서 학교를 다닌 나는 친구를 사귀려고 노력했다. 그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 시간낭비 한 적이 있었고, 또래의 동창을 사귀어 지금도 좋은 관계로 지내고 있는 친구가 있다.사람은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이다. 하루에도 많은 사람을
사람은 문명생활 이전의 삶에 대한 유전자가 본능적으로 있는 것 같다. 정착하던 생활 이전의 유목생활에 대한 동경은 캠핑이라는 현대적인 방식으로 바뀌었다. 캠핑은 야외에서 집(텐트)을 짓고, 밥 먹고, 놀고, 자고.우리 가족도 지난해 6월 28일에서 30일까지 첫 캠핑을 했다. 그전에는 장비도 없어 근처 사는 처남에게 텐트하고 의자를 빌려 바닷가에서 몇 시간 놀다오는 게 전부였다. 밖으로 나간 정연이가 좋아하는 걸 보고난 후 캠핑을 해야겠다고 정연이 엄마가 마음먹은 듯하다.하나 둘 캠핑장비를 사더니 어느 날 친한 후배(나와 정연이 엄
유아용품이란 게 고장이 나 쓰지 못하는 경우보다 아이가 자라면서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옷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쑥쑥 자라다보니 올 봄에 입었던 옷이 가을에는 맞지 않는다. 아깝다. 옷들은 잘 빨아 입을 아이가 있는 집에 주곤했다. 새옷이나 다름없다고 고마워한다.새로운 것을 사게 되면 예전에 있었던 것을 정리해야한다. 정연이의 유니(자전거)를 사고 나서 이젠 쓸 일이 없는 유아차를 정리해야 했다.이번 에 유모차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정연이 엄마에게 말했더니 “유모차가 뭐야!”하며 “유아차라고 해야지” 한다.
어린이들에게는 어린이날, 크리스마스가 공식적으로 선물을 받을 수 있는 날이다. 정연이도 어린이날을 손꼽아 기다리면서 갖고 싶은 선물이 수시로 바뀌는 중이었다.나는 정연이가 꼭 갖고 싶은데, 거기다가 가격까지 저렴한 선물을 고르기를 속으로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내 기대와는 정반대의 일이 생겼다.유치원에서 하원 후 참새방앗간인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다. 유치원을 오는 친구 중에 정연이와 친한 승화가 오랜만에 놀이터에 온 거다. 보조바퀴가 달린 새 자전거를 타고.평소에도 친하게 지내는 승화는 소리1반 친구 중에 정연이가 제일 좋다고
17년 전 들었던 친구의 말은 지금도 내 마음 속에 오래 자리하고 있다.그 친구는 방학 때마다 부모님께서 놀러온 사촌들과 함께 박물관, 미술관, 과학관을 보냈었다고 한다. 그때는 느끼지 못했지만 어렸을 때의 경험이 지금 하는 일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이 친구는 지금 과학관에서 아이들이 즐기고 느낄 수 있는 전시물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시골에 살았던 나와 정연이 엄마는 제대로 된 문화생활을 즐긴 적이 없다. 요즘은 흔하게 가는 가족여행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여행하기 좋은 봄, 가을은 농촌에선 최고 바쁜 농번기이니만큼
우리가족은 해마다 가는 곳이 있다. 덕산에서 가야산 가는 길목에 있는 조선 제24대 임금 헌종의 태실 유적지이다. 뜬금없이 헌종태실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정연이와의 특별한 사연이 있어서이다.2015년 여름 어느 날,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헌종태실비가 어디 있는지 아는데, 나와 보겠냐는 것이었다. 약속장소로 갔더니 전화한 분이 저수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이 넘실거리는 저수지 중간 바닥에 태실비가 있는데 꼭 찾아줬으면 좋겠다고 하시는 것이다.이 이야기를 들은 나는 저수지 한가운데 바닥에 있다는 태실비를 어떻게 찾아야 하나 난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