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위에 계란을 떨어트리면 금방이라도 계란 프라이가 될 정도로 무더운 칠월, 한적한 섬마을에 가서 한 열흘 쯤 푹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바닷물에 온 몸을 맡긴 채 한 열흘 쯤 아니, 한 달이라도 좋겠다. 여행가방을 챙기면서 마음은 벌써 바닷물에 손과 발을 담그고 있는 상상을 해 본다.마흔에 등단해 올해 일흔 일곱이 된 저자의 노년이 아름답게 전해지는 책, 박완서의 기행산문집 ‘잃어버린 여행가방’을 옆구리에 끼고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서 섬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콩닥콩닥.나이 들어가면
돌아가신 아버지께서는 결혼하실 때 달랑 자전거 한 대가 전부였다 한다. 집도 아니도, 논이나 밭도 아닌, 커다란 짐받이가 달린 자전거 한 대. 그 때나 지금이나 자전거는 자전거일 뿐이겠지만, 그 용도는 사뭇 달랐으니 편히 누울 방 한 칸보다도 밥벌이를 할 수 있는 직업이 더 아쉬웠던 시절의 얘기다.내가 아는 어떤이는 자전거로 왕복 4시간 거리를 출·퇴근한다. 시간만 놓고 본다면 절대 효율적이라 할 수 없겠지만, 따로 운동할 시간조차 없는 녀석의 애틋한 몸 생각이 숨어 있다. 대도시 도로엔 차들이 넘쳐나고 어렵사리 목적지에 도착해도
화가가 살아생전 작업에만 몰두하며 괴팍하고 독특한 성격으로 자신을 돌보지 않고, 궁핍한 생활을 하다가 그가 사망한 뒤 작품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화가들의 일생이다.지금 소개하려는 아테네 학당의 작가이며 르네상스 시대에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와 함께 르네상스 시대 3대 거장으로 잘 알려진 라파엘로는 매우 젊고 까칠하지 않은 성격에 살아 있는 동안 예술가로서의 영예를 누렸다. 또한 38살의 나이로 일찍 세상을 떠났지만, 많은 재산과 뛰어난 용모 덕분에 그를 따르는 여인들과 제자들, 후원자들에 둘러싸여
①담배 피지 마세요.②담배를 피는 것은 건강에 해롭다.③그는 담배를 너무 많이 펴.④장작불 좀 펴 봐.⑤불 피기 일상 생활에서 사람들은 흔히 ‘담배를 핀다’라고 말해요. 그렇지만 가만히 생각하면 말이 잘못된 것을 알 수 있어요.‘피다’는 ‘나무나 종이에 붙은 불이 스스로 타다’는 뜻을 가진 낱말이에요. 위 문장을 바르게 풀이하면, ‘담배가 저절로 타는 것을 하지 마세요, 담배를 스스로 타는 것은 건강에 해롭다, 그는 담배를 너무 많이 스스로 타’ 등이 되지요.당연히 잘못된 표현으로, ‘피우다’로 고쳐 써야 해요.‘피우다’는 피다에
주홍빛 살구가 바구니 가득 담겨있는 풍경을 볼 수 있는 오일장. 구석진 자리에 앉아 살구를 파는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에서 수줍음을 간직했던 처녀시절의 추억이 한 아름 묻어나올 것 같다.입 안 가득 달콤한 살구향이 베어 나오는 싱그러운 칠월의 한 낮. 양철지붕위로 토다닥토다닥 미끄럼을 타던 유년시절의 살구나무 속으로 살짝 들어가 보자. 피아노 소리는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창 밖엔 비가 내린다 기억나는 일이 뭐,/아무것도 없는가?/유월의 살구나무 아래에서/단발머리의 애인을 기다리며 상상해보던/피아노 소리 가늘고도 긴 현의 울림이/바람을
내가 알고 있는 이 사람은 운전중에 투덜거리기로 유명하다. 언제나 호호호 거리며 어깨를 으쓱이던 이 여자는 유독 운전대를 잡기만 하면 촛불 앞에선 우리 대통령처럼 투덜거리기만 한다.물론 그 양반과는 달리 충분히 타당한 이유를 갖고 있다.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바꾸는 운전자들이나 유독 사고가 잦은 파리바게트 네거리 모퉁이에 차를 세우고 아무렇지도 않게 빵을 고르는 그네들을 보면 나도 역시 입을 앙 다물게 되니까. 하지만 옆에 앉아 있는 나로선 흥분한 운전자가 더 불안해 보인다.다만, 난 녀석보다 오래 살았기 때문에 조금은 둔
르네상스 시대 어느 화가가 교황 율리우스 2세에게 실력을 인정받아 어마어마한 교황궁에 있는 네 개의 방을 자신이 뜻하는 대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 서명의 방(1508-12), 엘리오도르의 방(1512-14), 보르고 화재의 방(1514-17), 콘스탄티누스의 방(1517-24)을 완성했으나 1520년 갑자기 사망해 콘스탄티누스의 방은 그의 제자들이 완성했다.그 중 서명의 방은 교황청의 중요한 서류가 이곳에서 서명되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이 방의 대표적인 작품 아테네 학당이 자리하고 있다.아테네 학당은 그리스시대부
며칠 전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에 기업들이 신입 사원을 뽑을 때 인터넷 채팅 용어를 사용하는 지원자에 대해 어떻게 하는가에 대한 설문 조사 내용을 실은 기사가 실렸어요. 그 기사엔 답변을 준 기업의 85%가 신입 사원 채용시 인터넷 채팅 용어나 이모티콘을 자기 소개서에 쓴 지원자에게 면접에서 불이익을 줬다는군요. 자기 소개서에 인터넷 채팅 용어나 이모티콘을사용해 자신의 감정 표현을 한다거나, 줄임말을 쓴 경우 심하게는 전혀 채용하지 않았다는 기업도 있었고, 크게 불이익을 주었다는 내용이 핵심이었어요.기사엔 기업이 왜 불이익을 주
“언젠가, 지금은 아닌 언젠가 내가 생의 절반쯤을 보내고 있을 무렵, 나는 이 집에 대해서 그리고 이 집에서 보낸 지옥 같은 시절에 대해서 이야기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때 세상은 어떻게 변해 있을지, 내 인생은 어느 길을 향하고 있을지 모르겠다.”-본문에서- 지나간 시간의 무늬는 아름답던지, 혹은 추했던지 모두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면 아름답게 기억되기 마련인가 보다. 그래서 참아낼 수 없는 깊은 슬픔과 절망, 고통까지도 작가의 말처럼 ‘아름다운 지옥’으로 부를 수 있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추억은 마녀의 마술지팡
키가 큰 남자 한 명과 보통키의 소독약 냄새가 나는 부부, 필자를포함한 네 사람은 말없이 한곳에 집중하는게 직업인 사람들이다. 저녁 여덟시, 네사람은 여지없이 한곳을 바라보고 있다. 1시간쯤 후에는 파스텔톤의 여자 둘이 옥수수냄새를 풍기며 들어와 기꺼이 말문을 닫고 화면을 바라본다.이 조용하고 이상한 풍경은 매주 수요일 저녁마다 책마당에서 되풀이된다. 아까운 그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다. 더러는 한두사람이 더 오기도 하지만 보통은 6명 안팎의 사람들이 말없이 영화를 본다.지난주엔 늘 오시던 두분이 빠지고 새로운 두분이 더해져, 다시
이달초 종합소득세를 납부하고 돌아오는 길에 알고 지내는 작가(화가)와 소득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작가라는 직업의 직업군, 화가의 법적인 지위까지 거론하며 토론 아닌 토론을 벌였다. 이야기는 2년전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청년작가전시 준비 중 교통사고로 숨진 조각가 故구본주씨(당시 36세)에 까지 이르렀다.이 사건은 예술가의 법적 지위문제를 사회적으로 환기시킨 사건으로 논쟁의 사거리에 놓여 있다. 유족과 보험사간의 소송에서 노동부 발간 임금구조기본통계조사 보고상의 예술전문가 5∼9년 경력 인정, 가동 연한 65세 인정을 골자로
저는 가운데 손가락으로 자판을 눌러요. 손이 둘이니 가운데 손가락도 둘인데, 글자를 칠 때 무지 더뎌요. 컴퓨터가 널리 퍼지고, 인터넷이 일상화되면서 컴퓨터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요. 인터넷을 통해서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기도 하고, 신문을 읽기도 하고,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살피기도 해요.저는 날마다 인터넷 바둑을 두거나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채팅을 해요. 사람들을 많이 만나니 대화가 필요하고, 말로 전할 수 없으니 자판을 두드려 글로 인사를 하거나 대화를 해야 하지요. 그런데 이게 아주 힘들어요.처음에는 상대방과의 대화
일처다부제를 꿈꾸는 주인공 인아. 그녀는 그것을 꿈이 아닌 현실로 이루어낸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 인아는 아주 매력적인 여성으로 나온다. 인아의 남편은 아내의 자유연애관까지도 모두 수용하겠다는 전제하에서 결혼을 하게 된다.인아는 여러 나라의 결혼제도를 예로 들어가면서 두 집 살림을 하게 된다. 남편이 둘이 된 것이다. 인아의 남편은 이혼을 하지도 못 하고, 인아의 희망사항을 들어주게 된다. 그로 인해 상상을 초월할 만큼의 심적 고통을 받게 되는 인아의 남편.임신을 하게 된 인아는 우리나라에서는 도저히 그 이상한 가족관계를 지속할 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1960년대 초 시골 초등학교를 무대로 당시의 사회상을 세밀하게 그려낸 이문열의 베스트셀러 소설이다. 권력의 형성과 몰락의 과정을 통해 당시 우리사회가 가진 문제를 정밀하게 그려낸 수작으로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엄석대라는 아이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스무평 남짓의 교실은 당시 우리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재현해 낸다.권력을 가진자와 그 힘을 지탱해주는 다수의 침묵하는 아이들, 그리고 영원할 것처럼 보였던 그 힘의 균형이 무너지는 과정까지 작가 이문열은 마치 현미경을 통해 들여다 보듯 그려낸다.그런
얼마 전 도시철도공사가 풍속화가 이서지씨의 그림을 지하철 역사의 벽에 멋지게 장식을 해 지나는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그런데, 위의 일로 재판이 벌어졌다. 작가의 그림을 작품의 위와 아래를 뒤집어 벽화를 제작했다나. 뭐 그 정도로 법정에까지 설까 싶다. 그럼 그렇지, 철도공사는 이서지씨의 작품을 사용할 때 저작자의 동의나 승낙을 받지 않고 무단으로 도용했다는 것이 저작권법에 위배됐음을 알 수 있었다.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들은 지하철역에 원고의 작품을 베껴 그려 놓고도 ‘작가미상’이라고 쓰고 연작작품 중 일부만 벽화로 그림으
요즘이야 부부끼리 ‘여보, 당신’을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널리 쓰이고 있지만 이 말이 부부 사이에 서로 부르는 말로 널리 쓰이게 된 때는 얼마 되지 않았대요.조선 시대엔 신분 계급이 중요해서 부부끼리 부르는 말도 서로 달랐지요. 양반들은 ‘영감, 마누라’하고 서로 높여 부르는 호칭이 널리 사용됐지만, 대부분의 국민(상민)들은 부부끼리 부르는 말이 딱히 정해진 것이 없었어요.여보, 당신이란 말은 부부끼리 부르던 여러 말 가운데 하나인데, 해방 이후에 널리 퍼져 쓰이게 됐대요.‘여보’는 ‘여기 보시오, 여보시오’가 줄어 만들어진 말이에
미얀마 태풍과 중국 지진으로 전 세계는 엄청난 충격과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 이 문제는 비단 재난을 당한 미얀마 국민과 중국 국민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지구촌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언젠가는 닥치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자신의 모든 것을 잃어버린 미얀마와 중국 국민들은 지금 커다란 상실감에 빠져 있다. 건강, 퇴직, 실업, 이별, 사별 등을 통해서 우리는 크고 작은 상실을 경험하게 된다. 또한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충격과 공포의 감정을 경험하게 되기도 한다.미얀마 국민과 중국 국민들이
얼마전 신양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선배가 깡통에 담긴 맥주와 오징어채를 사들고 사무실에 왔다. 혀꼬부라지게 늦은 시간에 어두운 방문이었다. 한참을 세상 돌아가는 얘기로 비틀대던 끝에 뱉은 한마디가 오래도록 머릿 속을 맴돈다.“처음 사과농사 시작할 때는 ‘과학’으로 접근하는게 길인줄 알았는데, 20여년이 지난 지금의 생각은 농사도 역시 ‘철학’으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하게됐다”는 것이다.그분이 오신 뒤로는 두눈 부릅뜨게하는 말이 바로 ‘실용’인지라, 며칠을 두고 곱씹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사과 한 알을 키우는 일도 서로
얼마전 친구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Hello, I am very pleased to invite you to my solo exhibition ‘Telematic Drum Circle’ at California Institute for Telecommunications and Information Technology (Calit2) in Irvine, CA on Feb 22nd, 2008. Do you live out of Irvine? No problem. ................Um...... Um... 음... 어쭈 이놈
요즘 많이 쓰이는 ‘먹거리’는 국어 사전에 올라 있는 낱말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기 때문에 국어 사전에 등재되어 있지요. 그렇지만 표준어로 인정된 말은 아니에요. 따라서 먹거리는 표준어인 ‘먹을거리’라 하는 것이 옳지요.말과 말이 합쳐질 경우 보통은 어법에 맞게 합쳐져요. 이것을 통사적 합성(어법에 맞게 합쳐진 말)이라 해요. 동사 ‘먹다’에 ‘명사 ‘거리’가 붙으면 ‘먹을거리’가 되지요.어간 ‘먹’에 명사를 잇게 해 주는 수식의 어미 ‘을’이 붙으면서 자연스럽게 두 말이 붙게 되는 것이에요. ‘크다+아버지→큰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