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이 코앞이다.포근한 기운이 움트는 무렵, 금오산 자락 별 헤는 밤 밑에 울리는 신명나는 가락을 따라 발걸음을 향했다.2월 25일, 향천유치원 지하에서 ‘궁궁’, 북 소리가 진동한다.겨울방학을 마치고 오랜만에 모인 회원들이 웃다리 가락으로 몸을 푼다.부드럽게 시작한 장단이 한참 고조되며 북과 장구가 힘을 겨루더니, 가락이 바뀌고 쇠와 장구·북이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합을 이룬다.한판을 마친 회원들은 “다 잊어버렸네” 하면서도 금세 이어지는 가락에 서로 눈을 맞추며 한 소리를 이뤄낸다. 10년 전, 신
백세시대다. 인생 황혼기를 활기차고 즐겁게 보내기 위해 무엇으로 활력소를 얻으면 좋을까?포켓볼을 통해 건강하게, 맑게, 자신 있게 즐거움을 찾는다는 어르신 모임을 찾았다.1일, 예산군노인종합복지회관 지하에서 당구공 부딪치는 소리에 맞춰 웃음소리도 크게 퍼진다.“이렇게 쳐야 하는 거 아녀?”“얼씨구!”“아차차~ 아이구야”포켓볼 동아리 회원들이 당구대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추임새를 넣으며 응원에 한창이다. 당구대를 바라보는 눈빛이 초롱초롱하고, 큐를 들고 있는 모습에 사뭇 진지함이 묻어난다.19명으로 구성된 이 동아리는 11년 전
내 손으로 직접 만든 물건엔 나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한 땀 한 땀, 정성스런 손길이 닿으면 무언가 색다름이 깃드는 법이다.8일 저녁, 한지로 소품·가구 등을 만들며 함박웃음을 피어낸다는 한지공예동아리 ‘웃지’를 찾았다.동아리 이름만큼이나 예쁘고 아기자기한 한지공예품을 기대하며 모임장소를 찾았는데 웬걸, 회원들은 공예품의 기초 골격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큰 합지를 옮기며 구상에 한창이다.“기둥을 여기 세우고 다리를 붙여야겠지?”, “바닥이 이쪽인가?” 건축학도들을 연상케 하는 대화다.10년 전 충남내포아이쿱생협에서 한지공예
한파 속 집 밖은 위험해! 잠깐만 밖에 나가도 온몸이 꽁꽁, 이불 속에 ‘콕’ 숨어있고만 싶은 요즘, 계절을 거스르며 열기를 내뿜는 사람들이 있다.배드민턴으로 삶의 활력소를 얻는 사람들, ‘응봉면 배드민턴 동호회’다.10일 저녁 7시, 한파를 뚫고 찾은 응봉초등학교 체육관에는 ‘어이’, ‘나이스!’ 서로 호흡을 맞추는 소리가 한창이다. 예닐곱 많지 않은 인원이 내뿜는 열기는 체육관을 한가득 채우기에 부족함이 없다.매주 월·수·목요일 모이는 이 동아리는 2010년 응봉에서 배드민턴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면서 만들어졌다. 모임엔 응봉
“우리도 오케스트라 못지않아요. 지금 베토벤의 교향곡 을 치고 있는 거나 다름없다니까요” 청정사풍물단 문태실 강사가 자부심 넘치는 목소리로 풍물놀이를 설명한다.가을 끝자락, 청정사풍물단의 ‘덩더쿵’ 흥겹고 정겨운 소리가 국화향기를 타고 방울방울 실려 온다.15명 안팎의 작은 소모임 청정사풍물단(회장 이진희)은 ‘여럿이’ ‘함께’ ‘같이’ 멋진 흥을 만들자는 소박한 바람으로 모였다. 벌써 7년 째 동네 언니 오빠처럼, 가족처럼 서로를 보듬으며 아담하게 모임을 꾸려가고 있다.이 동아리가 만들어진 건 청정사 주지 서강 스님 덕분이
때론 사람들의 몇 마디 위로보다 음악 한 곡이 더 큰 울림을 주기도 한다. 음악으로 위로가 필요한 이들의 마음을 토닥이는 동아리 ‘동그라미’를 14일 예산읍주민자치센터에서 만났다.이웃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마음으로 똘똘 뭉친지도 어느새 10년, 동그라미가 필요하다는 곳이 있다면 언제 어디든 달려간다.동아리가 만들어진 건 기타강사로 활동 중인 박탁훈씨 덕분이다. “살면 얼마나 살겠나. 짧은 인생 이웃과 함께하며 될 수 있는 한 최대한 봉사하자” 뜻이 좋으니 사람들도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젊은 시절 서울 기타학원에서 이것저것 배웠죠.
친구는 언제 만나도 항상 즐겁고 행복하다. 그 친구들이 나와 같은 시공간을 공유하고, 그 옛날의 아련함과 향수를 공감해줄 수 있다면 더욱더. 요란하고 바쁘게 움직이는 세상에 힘이 쭉 빠질 때, 이런 친구들을 만나면 뜨끈한 국밥 한 그릇 먹은 것처럼 속이 풀린다. 지난 9월 15일 무한천체육공원 파크골프장에서 오랜 친구 같은 푸근함이 느껴지는 동아리를 만났다. ‘세진파크골프 클럽(회장 임정원)’이다.부슬부슬 내리는 비에도 굴하지 않고 회원들은 내내 환한 얼굴로 서로 웃고 떠들며 정정당당 한판승부를 가린다. 잠시 동안 갖는 꿀 같은 휴
치어리딩! 화려하게 펄럭이는 유니폼을 입고 신나는 음악에 맞춰 발랄하고 가벼운 몸동작으로 사람들의 사기를 돋우는 응원단. 생생한 에너지를 그대로 전하는 치어리딩은 이제 응원단이라는 틀을 깨고 또 다른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9월 8일, 예산군청소년수련관에 치어리딩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는 소녀들이 모였다. 치어리딩 동아리 ‘티나(TINA)’다.올해 2월에 생긴 ‘티나’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으로 구성돼 초·중급반으로 나눠 매주 토요일 모임을 갖는다. 새내기 동아리지만 지난 8월 예산군 청소년 방학 댄스 페스티벌에서 축하공연에 오를
9월 1일 풀벌레소리 가득한 저녁, 가을이 찾아온 고덕 4·3만세공원에 가을 분위기를 한층 더해줄 아름다운 선율이 바람을 타고 들려온다. 세월의 흔적이 담긴 주름진 손으로 하모니카를 단단히 잡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연주하는 음악에는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의 마음을 꽉 채울만한 깊은 울림이 있다. ‘구행모와 모란꽃하모니(회장 맹혜영)’다.9월 3일 고덕면주민자치센터 옆 하모니카 연습실에서 도란도란 모여 있는 동아리 회원들을 만났다.연습이 시작되기 전부터 익숙한 손길로 보면대를 펼치고 손 때 묻은 악기를 준비해둔 뒤 회원들끼리 담소를 나
아침을 깨우는 시끄러운 알람소리에 몰려오는 잠을 겨우 이겨내고 쳇바퀴 같은 하루를 시작한다. 해결해야 할 일도, 풀어야 할 숙제도 잔뜩 쌓인 바쁜 일상.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보다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고민하며 ‘남들만큼’ 하기 위해 사람들은 오늘도 쉼없이 달린다. 이 치열한 세상 속 자신만의 속도를 찾아가고 있는 사람들, ‘마라톤114 예화런’이다.마라톤114는 지난 2004년 마라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온라인 동호회로, 회원 수가 무려 9000명 가까이 된다. 예화런은 이 마라톤114 안에 있는 지역별 모임 가운데
16일, 키 큰 가로등이 환하게 켜진 저녁시간 찾아간 풍물놀이 동아리에서는 입구부터 흥겨운 소리가 들린다. ‘덩기덕 쿵덕’ 듣기만 해도 신이 나고 즐겁다. 사람들의 흥을 돋구기엔 역시 이만한 게 없다.농악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풍물놀이는 농촌에서 힘든 농사일을 할 때 일의 능률을 올리고, 피로를 덜기 위한 음악이다. 그런데 서양음악이나 대중가요에 밀려 이제는 큰 대회에서나 들을 수 있는 ‘옛’소리가 됐다. 우리 전통가락이 역사의 뒤안길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예산풍물소리(회장 안한식)가 우리 소리를 지키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장구를
소리나 말로만 마음이 통하는 건 아니다. 들리지 않아도 말하지 않아도 여기서는 ‘게이트볼’ 하나로 소통하고 정(情)을 나눈다. 바로 예산농아인게이트볼(지회장 이일주) 동호회다.뜨거운 햇살이 내리는 13일 찾아간 예산게이트볼장(예산 벚꽃로 소재)에는 게이트볼과 스틱이 부딪혀 ‘탕’하고 울리는 맑은 소리가 경기장을 가득 채운다.삼삼오오 모여 연습을 하는 회원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떠나질 않는다. 게이트볼이라는 취미로 인생의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는 기분 좋은 모임이다.이 동아리는 지난 2013년, 이일주 지회장이 자신과 같은 농아인들
화창한 5월 10일 목요일 오전 10시, 예산군장애인체육회 잔디운동장에 파크골프 회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든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남녀 구분 없이 함께 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파크골프 전용 골프장은 아니지만 회원들끼리 대화하며 연습하는 즐거운 모임이다.파크골프 경기 방식은 골프와 비슷하다. 출발지점(티오프)에서 홀(hole)을 향해 볼을 치고 차례로 코스를 돈다. 최종코스까지 가장 적은 타수로 홀에 볼을 넣는 사람이 승리하는 방식이다.장비는 합성수지로 내부를 채운 직경 6cm의 공을 쓰며, 길이 86cm, 무게 600g의 클럽
그림과 시시끄러운 대화와술잔이 오가는사람 가득한 곳에서시인은 잠시 밖으로 나와공기를 들이마시는 사람- 마이클 매클린토크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가운데 라는 제목이 있다. 나는 시를 기억하는 사람인가? 꿈 많고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시절을 문학으로 보낸 사람이라도 일상 속에서 시를 잊게 된다. 일상에서 잠시 나와 마음의 환기를 하기가 쉽지 않다. 예산에는 어른이 된 바쁜 일상 가운데서도 꾸준히 시를 기억하며 마음의 시를 찾아쓰는 사람들이 있다.는 한 달에 한 번 시모임을 갖는다. 회원들은 각자 써 온
“안녕하세요! 진짜 반가워요!”라고 늘 만나는 친구처럼 다가와 반갑게 인사하는 키 큰 청년을 예산군장애인보호작업장 입구에서 만났다. 그 씩씩한 인사가 처음으로 지적장애인 취재를 하는, 긴장한 마음을 풀어줬다. 그저 똑같이 인사로 시작하면 됐다.지난 18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찾아간 ‘예산군장애인보호작업장’. 비장애인에겐 이름도 낯선 이곳은 예산군에서 근로활동이 가능한 장애인에게 일자리 관련 종합지원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 8월 개원했다.현재 공개모집으로 선정된 사회복지법인 예산기독교연합복지재단이 위탁 운영한다. 군내 거주 장애
11일 수요일 오전 10시, 예산문화원 신관 3층에 들어서자마자 만난 동요 . 아코디언 연주에 맞춰 “동구 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를 가만히 따라 부르며 아름다운 연주의 주인공들과의 만남이 시작됐다. 아카시아 꽃이 피려면 한 달은 더 있어야겠지만 활짝 핀 벚꽃이 분분히 꽃비로 내리는 날, 듣기에 아코디언 합주는 더할 나위 없었다. 회원들이 만든 선율은 하나의 웅장한 오케스트라만큼 풍성했다.“우리 예산 아코디언 동아리 ‘아코팝스 청춘하모니’는 기악 연주 아코디언 수업이 개설된
지난 3월 29일 목요일 저녁 7시 예산읍 금오초등학교 근처, 가슴에 책을 안고 반갑게 인사하는 사람들과 함께 했다. 서로 마주보게 배치한 책상에서 각자 편한 자리에 앉아, 기다리고 있다. 기자도 이 달의 책을 미리 읽었다.“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 응원하며 책을 읽고, 느낌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면 참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어요.”단장 변영희씨는 서로에게 볏단을 옮겨주는 의좋은 형제처럼, 좋은 책볏단을 서로 나눌 책 벗을 찾아 독서동아리 밴드 을 2016년 6월 만들었다. 현재 회원은 11명, 연령대는 3
를 꼼꼼히 보는 독자라면 동아리 회원 안내를 하고 있는 ‘우쿨향기의 우쿨렐레 교실’이 궁금할 것이다. 지난 2월 18일 포근한 일요일, 중급반 모임 회원들을 만나 우쿨렐레와 더불어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봤다.이 동아리는 2014년 8월, 우쿨향기 김유하씨가 자신이 배우고 익힌 우쿨렐레 연주 실력을 나누고 싶어 스스로 모임을 만들고 회원을 모집하면서 시작됐다.“제가 살아오면서 운동선수도 하고 공부도 하고 책도 쓰면서 여러 가지 일을 경험했는데, 그러면서 이렇게 살면 행복할 수 있겠구나~하고 깨달은 것 몇 가지가 있어요. 제
평창동계올림픽이 평화올림픽으로 성공적으로 끝났다. 한 때는 전쟁위기까지 갔던 한반도 위기 상황을 잘 극복하고, 이제는 4월 말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서로 언어가 다르지만 동일한 경기 규칙을 두고 함께 경쟁하면서 전세계인이 우정을 나누었다.이처럼 스포츠 경기는 서로 마음을 한껏 열고 친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 특별한 매력에 빠진 예산군테니스협회 동호회 분들을 지난 2월 18일에 만났다. “예산군의 테니스 동호인들은 예산군테니스협회를 중심으로 10개의 클럽, 100여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어요. 우리나라 테니스 선수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다. 많은 학생들이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 새 학년의 공부를 시작한다. 시작했지만 학습의 열정은 계속 이어가기 어려운데…, 이런 젊은 학생들과 달리 이미 학교도 졸업하고 인생도 다 최고학년인 사람들이 꾸준한 열정을 간직한채 모인다고 해 지난 2월 19일 예산군노인종합복지관의 실버서화회를 찾아갔다.낮에도 영하가 계속 된 강추위 때문에 날씨가 무척 추운 날이었는데, 복지관1층에 자리한 실버서화회 동아리 방은 따뜻하다 못해 열기가 후끈해 더웠다. 빈자리가 없이 꽉 찬 방 안에서 화선지 위에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