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정원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경건해진다. 마른 나무 가지에서 올라오는 새순과 낙엽을 살며시 들추면 보이는 다년생 화초들의 새싹에서 ‘자연의 위대함’을 진정으로 깨닫는 순간이 바로 봄이다. 반복되는 모든 일은 지겨움을 느끼게 하지만, 계절의 반복 그중에서도 봄이 오는 것은 늘 새롭고 경이롭고 감사하다. 무채색 정원에 고운 물감으로 채색하듯 꽃이 하나하나 피어나면 마치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것처럼 감동한다. 사실 정원의 봄은 그렇게 쉽게 오지는 않는다. 늘 마음이 먼저 와서 기다리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올해 역시 야속
끝말잇기는 재밌다. 에너지 넘치는 아들 셋을 키우다보니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다. 끝말잇기는 참 재밌다고 세뇌(?)를 시킨 것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같이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공을 차거나, 하루 종일 팽이를 돌리거나, 딱지를 접어주는 것보다 훨씬 쉽다. 앉아서도 누워서도 할 수 있고, 집에서든 차에서든 장소도 상관없다. 둘이든 셋이든 넷이든 인원도 상관없다. 정말 최고의 놀이다. 시작은 언제나 깔끔하고 활기차다. 오늘도 초등학교 3학년과 재밌는 놀이를 한다. “기차!” “차표” 너무 많이 해서 이젠 외울 지경이다. 차표-표범-범인-인간
서른 살의 성균관 유생이라면 초보 정객이다. 이런 윤선도(尹善道, 1587~1671)가 무슨 죄를 얼마나 지었기에 시베리아 추위에 살을 에는 최북단 경원으로 쫓겨났을까? “성상께서는 깊은 궁궐에서 지내기 때문에 그가 이토록 권세를 마음대로 휘두르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계십니까? 아니면 그가 마음대로 권세를 휘두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를 어질다고 여겨서 맡겨 의심을 하지 않고 계시는 것입니까? 만약 어질다고 여겨서 의심을 하지 않으신다면, 신이 비록 어리석으나 분변을 해 드리겠습니다. [聖明深居九重 不知其專擅之至此乎 抑雖知專擅
농업은 이제 농사를 짓기도 하지만 경영이라는 관점에서 운영을 해 나가고 있습니다. 농부 두 손만으로 하기에는 수익성이 맞지 않기에, 면적을 늘리고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기도 합니다. 간혹 농사일을 도우러 오는 손들 중에 내국인이 보이면 신기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본래 우리나라 사람의 자리를 외국인들이 와서 일하게 되었고, 이제는 외국인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너무 높아져 있으며, 불법인 경우가 많아 통제도 어려운 실정입니다.그나마 일손이라도 있으면 다행입니다. 농촌의 일손 부족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일을 지시할 때에도 농업주가 노동자들
‘삽교’ 지명에 관한 현대의 자료는 ‘삽교읍지’와 ‘위키백과’ 정도다. 먼저 2006년에 발간된 ‘삽교읍지’에는 ‘삽(揷)’을 ‘붉은 색상’을 뜻하는 백제말이라고 하면서, ‘삽교천’이 홍수에 범람하며 물빛이 붉은 황톳빛을 띤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삽교천의 옛말로 ‘삽내, 사읍천(沙邑川), 삽천(揷川), 신천(薪川)’ 등이 있는데, 이 냇가에 다리가 놓임으로써 ‘삽다리’가 되었다고 한다. ‘위키백과’에는 삼국사기에 나오는 백제 지명 ‘駟盧(사로), 斯羅(사라), 沙羅(사라), 徐羅(서라)’ 등에서 ‘사’와 ‘서’가 ‘새롭다(新)’
선거철입니다. 다가오는 국회의원선거로 선거운동과 선거보도가 한창입니다.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와 동원입니다. 대중 매체는 관심을 집중시키고, 사람을 모으는 일을 돕습니다. 정당과 후보자들은 선거 공약을 알리고, 그간 잃어버린 정치적 신뢰를 회복하고자 노력합니다. 대중 매체는 이들에게 가장 호의적인 시각으로 자신을 소개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물론 선거가 끝나면 이들의 신뢰는 다시 하락하는 게 일반적입니다.선거기간 유권자들은 대부분 대중 매체를 통해 선거 정보를 접합니다. 우리가 정치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의 모든 것
옛 향천유치원의 한 교실, 피아노 선율이 울려 퍼진다. 피아노 선율의 박자에 맞춰 발 끝이 톡톡 바닥을 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는 호흡의 흐름과 그 흐름에 맞춰 부드럽게 몸을 움직이는 사람들. 무용인가? 춤인가? 에어로빅?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함께한 모두에게 빛이 나는 것 같았다. 지금은 사과꽃발도르프학교의 새학사로 되살려진 옛 향천유치원의 2024년 1월 6일 토요일 오전의 풍경이다. 사과꽃발도르프학교의 겨울방학 중 오이리트미 선생님을 모셔 진행한 오이리트미 워크숍이었다. 유치원의 폐원 이후 공간에서 아주 오랜
빨래를 걷어 개고 있다. 짝이 없는 양말이 4개나 된다. 나머지 양말을 찾아 다시 세탁기로, 건조기로 향한다. 없다! 대략 난감이라는 게 이럴 때 딱 어울린다. 범인은 연령별로 있다. 남자다. 최소한 3명이다. 순간, 욱 하고 뭔가 올라온다. 우리 집엔 남자가 넷이고 나만 여자다. 내가 몇 번을 말했는데 또 양말을 뒤집어서 아무렇게나 던져 놓았던 거야? 세탁기에 넣던가, 세탁 바구니에 넣으라니까! 마음대로 벗어서 아무렇게나 놓으니까 짝 잃은 양말들이 늘어나는 거다. 운이 좋으면 하루 이틀 사이에 찾지만 그렇지 않으면 영영 헤어질 수
3월 초면 기쁨과 설렘으로 생기가 넘쳐야 하는데, 학령인구 감소로 올해 초등학교 예비소집 응소자가 없는 학교가 17곳으로 나타났다고, 1월초에 충남교육청에서 밝혔습니다. 우리 예산도 1곳.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와 젊은 세대가 농촌을 떠나 대도시로 집중화 되는 현실 속에 시골 초등학교의 폐교는 안타깝게도 늘어갑니다.어쩌면 폐교는 시골마을의 사망선고나 다를 바 없습니다. 마을의 생사를 다투는 문제입니다.가끔 뉴스로 지자체와 지역 마을 그리고 학교가 위기를 인식하고 마음을 모아 폐교위기의 학교에 활력을 불어 넣어 성과를 일궈내는
우ᄂᆞᆫ 거시 벅구기가 프른 거시 버들숩가 / 이어라 이어라 / 어촌(漁村) 두어 집이 ᄂᆡᆺ속의 나락들락 / 지국총(至菊悤) 지국총(至菊悤) 어사와(於思臥) / 말가ᄒᆞᆫ 기픈 소희 온갇 고기 뛰노ᄂᆞ다 [춘사(春詞)4] 년닙희 밥 싸두고 반찬으란 장만 마라 / 닫 드러라 닫 드러라 / 청약립(靑蒻笠)은 써 잇노라 녹사의(綠蓑衣(녹사의) 가져오냐 / 지국총(至菊悤) 지국총(至菊悤) 어사와(於思臥) / 무심(無心) ᄇᆡᆨ구(白鷗))ᄂᆞᆫ 내 좃ᄂᆞᆫ가 제 좃ᄂᆞᆫ가 [하사(夏詞)2]수국(水國)의 히 드니 고기마다 져 읻다 / 닫 드
예산읍 ‘주교리(舟橋里)’의 본래 이름은 ‘배다리’다. ‘다리’는 ‘산’이나 ‘높은 곳’을 이르는 옛말이다. 그러니까 ‘배다리’는 ‘배가 드나드는 산동네’라는 뜻을 갖는다. ‘다리(達)’는 백제시대에 널리 쓴 우리말이다. 1500년도 더 된 그 옛날에 쓰던 말이다. 고려시대의 역사서 ‘삼국사기’에는 백제시대의 높은 벼슬에 ‘달솔(達率)’과 ‘풍달(風達)’이 기록되어 있다. 이때의 ‘달’은 높다는 뜻이다. 이 ‘다리’는 고려시대에는 이미 사라진 말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오래된 지명이나 일부 옛말에는 아직도 남아 있다. 높은 방은 ‘
봄의 시작이라는 입춘이 지났고 눈이 녹아 비가 되어 내리고 싹이 트는 우수까지 지나 이제 정말 완연한 2024년의 봄이 오나 봅니다. 아침저녁으로 조금은 쌀쌀하지만 낮에 해가 뜨면 따뜻한 봄이 느껴집니다. 봄이 오는 것을 느끼며, 예산에 살며, 농사짓고 있는 우리 청년농업인들도 이제 다들 조금씩 바빠집니다. 각자의 작목이 달라 바쁜 농번기도 조금씩은 다릅니다. 밭과 논에서 쌀과 콩 등을 생산하는 회원들은 요즘 농사준비를 시작하는 시기이지만 시금치하는 회원은 겨울에 수확을 하느라 바빴습니다. 토마토는 늦겨울 어린모종을 정식하여 찬바람
봄은 같은 마당에서도 햇볕이 잘 비추는 곳부터 온다. ‘꽃가루 400℃’ 원칙이 있다. 1월 1일부터 하루 중 최고 기온을 합하여 400℃가 되면 꽃이 핀다는 이론이다. 지금은 몇 ℃ 정도 쌓였을까.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허리 굽혀 열심히 들여다본다. 이 모습을 본 이웃은 아무것도 없는데 뭘 그리 보느냐고 묻는다. 이미 꽃들의 자리를 알고 있기에 금방 찾을 수 있다. 솔잎 같은 크로커스 잎, 돌고래 입술 같은 히아신스의 잎도 보인다. 작년 가을, 이 알뿌리들을 심을 때 약속했기에 믿고 기다리면 틀림없이 와 준다. 2월, 그리고 입춘
우리 집 막내가 나를 또 테스트 한다. 친구 엄마들보다 나이 많은 엄마가 옛날사람 취급받을까봐 걱정 되어서라고 내 맘대로 생각하며 기쁜 마음으로 테스트에 응한다. “쉬운 문제부터 낼게. 별다줄!”“별다줄? 아! 별도 달도 다 따줄게!”난 정말이지 너를 위해서라면 별도 달도 다 따줄 수 있다는 사랑스러운 표정을 담아 환하게 웃어 주었다. 그런데 아들이 “땡!” 이라고 귀청이 떨어져라 소리를 질렀다. 그럴 줄 알았다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마치 옛날 사람 맞다고 판결을 내리는 듯 했다. 별걸 다 줄인다라는 뜻이란다. 참 나! 뭐 이런
지역신문의 약화는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문제의식이 확대언론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차단하면서지역신문의 역할을 유지, 보존하려는 방안 논의대상 신문사를 선정하지 않고 모든 지역신문을 지원2004년부터 시작된 지역신문발전위원회(지발위)는 기금을 마련해 지역신문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역신문은 저널리즘의 역량 강화를 위해 디지털 환경에 필요한 구조를 개선하고, 소외계층 구독을 위해 지원을 받습니다. 이는 지역신문의 ‘공익적 활동’을 위한 정부의 지원정책입니다.얼마 전 지발위는 2024년 우선지원대상 70개 신문사를 선정했습니다. 지역일간